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한국 주식을 대거 매도하고 채권을 사들이는 가운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고금리와 비과세 혜택을 노리고 브라질 국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과 글로벌 투자심리 변화 속에서 한국 내외 자금의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11월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은 26억8000만달러 순유입됐다. 이는 원·달러 환율 1470.6원을 적용하면 약 3조9400억원 규모다. 9월 이후 3개월 연속 순유입이 이어졌으며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에 유입된 것은 채권이 주도했다.
채권자금은 118억1000만달러 순유입된 반면 주식자금은 91억3000만달러 순유출됐다. 채권 순유입 규모는 2008년 이후 월 기준 최대 기록이며 주식 순유출은 올해 4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AI 관련 기업의 고평가 우려와 차익실현 매도가 겹치며 외국인 주식자금이 빠져나갔다”며 “채권은 금리 상승에 따른 저가 매수와 차익거래 유인으로 사상 최대 순유입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원화 가치는 두 달 연속 주요국 통화 대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부터 이달 10일까지 원화는 달러 대비 3.1% 떨어졌다. 같은 기간 달러화가 1%, 엔화가 1.2%, 브라질 헤알화가 1.8% 내렸으나 원화는 그보다 낙폭이 더 컸다.
이 같은 원화 약세 속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높은 금리와 비과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브라질 국채로 자금을 옮겨가는 모양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브라질 채권 순매수액은 9433만달러(약1389억원)로 지난해보다 70.3% 증가했다. 이는 2017년 이후 최대치다.
브라질 국채는 연 13.828%의 금리를 제공하며 이자와 매매차익이 비과세다. 1억원을 투자하면 세금 없이 연 1000만원 이상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헤알화가 원화 대비 약 12.7% 상승하면서 투자자는 이자수익에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브라질 정국의 불확실성은 리스크로 지적된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은 뒤 장남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여기에 룰라 대통령이 4선 도전을 예고하면서 정치적 긴장이 커졌고 10년물 브라질 국채 금리가 하루 만에 54bp 급등했다.
허성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우소나루 의원의 등장은 우파 분열을 심화시켜 룰라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헤알화 채권은 단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달러 표시 브라질 채권이 위험 관리 차원에서 더 적합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