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D램 재고가 지난 3분기 대비 4분기 들어 더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삼성전자 DDR5 제품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계약이 모두 완료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까지 내년 물량을 모두 소화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다시 한번 공급자 우위의 초호황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2026년까지 HBM3E와 HBM4 공급 계약이 마감됐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HBM4를 내년 2분기부터 출하해 하반기부터 본격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출하 지연설에 대해 회사 측은 “고객사 요구에 맞춰 제품을 재설계 중이지만 일정 변경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마이크론은 HBM4가 출시와 동시에 구형 HBM 수요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HBM4는 일반 D램과 달리 ‘롱테일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제품으로, 신형 제품으로의 교체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최신 메모리 수요가 집중되는 추세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내년 HBM 공급이 이미 매진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계획을 모두 확정했다”고 밝혔으며, 삼성전자도 “2026년 HBM 생산 계획분의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메모리 3사 모두가 내년 HBM 공급 계약을 조기 마감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1월 현재 글로벌 D램 공급사 재고는 평균 2.7주 수준으로, 9월 말 역대 최저치였던 3.3주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평균 2주, 삼성전자는 4주 수준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업계가 통상 건전한 재고로 보는 6~8주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는 생산 즉시 출하가 이뤄지는 ‘완전 품귀’ 상태를 의미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10월 기준 D램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8.1%, 플래시메모리는 41.2%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을 최대 30%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장에서는 AI 서버 교체와 DDR5 전환, 신규 메모리 탑재 제품군 확대로 인해 HBM 중심의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HBM4 중심의 생산능력 전환과 공정 변화로 범용 D램 생산이 보수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수급 불균형은 최소 2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