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8만9000달러 선을 내주며 8만8000달러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글로벌 긴축 우려가 맞물리며 하락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7만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5일 오전 8시36분 기준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61% 하락한 8만7862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기준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0.51% 떨어진 3085달러, 바이낸스 코인은 881달러로 1.23% 하락했고 리플은 1.37% 내린 1.98달러를 기록했다. 리플이 2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2일 이후 처음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코인마켓캡의 ‘공포·탐욕 지수’는 27점으로 공포 단계에 머물렀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공포 심리가 높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14일(현지 시각) “비트코인의 1차 지지선은 8만6000달러 수준”이라며 “이마저 붕괴될 경우 깊은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분석가 알리 마르티네스는 “8만9000달러선이 무너지며 추가 하락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번 하락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7만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의 현 기준금리는 0.5%로, 금리 인상 시 저금리 엔화를 빌려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거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사업체 앤드류 BTC는 “2024년 이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기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평균 20%가량 하락했다”며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4년 3월에는 비트코인이 23%, 7월에는 26%, 2025년 1월에는 31% 각각 하락했다.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20% 하락 시 비트코인 가격은 약 7만달러(약 1억300만원) 수준이 된다.
한편 이런 하락세 속에서도 캐시 우드 CEO는 비트코인의 장기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최근 아크 인베스트 팟캐스트에서 “비트코인이 금보다 더 강력한 가치 저장 수단이 될 것”이라며 “현재 금값은 역사적 고평가 구간에 있다”고 지적했다.
우드 CEO는 “시중 통화량(M2) 대비 금 시가총액 비율이 125%로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면 금값은 급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1980년 금값은 온스당 85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5년간 67% 하락했다”며 “당시 레이거노믹스 정책이 경제를 부흥시키며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시장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이 경제를 혁신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물가 압력이 완화되면 금의 매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은 ‘스테로이드를 맞은 레이거노믹스’와 같다”며 “4~5년 안에 금값이 급락하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시장은 아직 금의 랠리를 멈추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4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은 온스당 4243달러(약 627만원)에 거래되며 10월 대비 5.95% 상승했다. 골드만삭스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6%는 “내년 금값이 500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비트코인 시장은 이번 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19일 예정된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높은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하락 압력이 크지만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자산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