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값 급등으로 ‘김치프리미엄’ 현상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투자 과열을 경고하면서도 같은 시기 금시장 홍보영상 제작을 발주한 사실이 확인됐다. 외부에는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거래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달 14일 증권사들과 공동으로 준비하던 ‘KRX금시장 최대 거래량 기록! 골드바를 잡아라’ 이벤트를 전면 연기했다.
거래소는 “금값 급등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마케팅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보도자료 배포도 취소했다. 해당 이벤트는 금현물 거래계좌 신규 개설자나 일정 거래 실적을 달성한 투자자에게 골드바를 경품으로 지급하는 행사였다.
그러나 이벤트를 취소한 같은 날 거래소는 ‘KRX금시장 홍보영상 제작’ 용역을 발주했다. 약 42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된 이번 사업은 KRX금시장의 낮은 거래비용과 거래 규모 증가를 강조하며 금시장을 주요 투자처로 홍보하는 내용이다. 현재 용역 대상자와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홍보 목적이 아닌 기존 영상의 노후화에 따른 내부 업데이트용 제작”이라고 해명했다.
거래소는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투자자 유의 안내를 통해 국내 금값과 국제 시세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국내 금값은 국제 시세보다 20% 이상 비쌌으며, ‘김치프리미엄’이 9월 말 10%를 넘어서며 10월 중순 장중에는 20%를 웃돌았다. 이후 괴리율은 현재 1% 이내로 축소됐으나 조정 과정에서 국내 금 가격을 추종하는 ‘ACE금현물’ ETF는 3거래일 동안 11% 넘게 하락했다.
일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거래소가 투자 과열을 이유로 이벤트를 중단하면서 동시에 홍보영상을 발주한 점을 지적하며 “시장 안정보다 거래 활성화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KRX금시장은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의 정부 셧다운 장기화와 노동 시장 불안으로 금값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12달러(0.29%) 올라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앞선 월요일에는 하루 동안 100달러 이상 급등하며 단기 변동성이 커진 바 있다.
미국 ADP 비농업 부문 급여 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 최대 폭의 고용 감소가 나타나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리고 있다. 노동 시장 냉각 조짐과 함께 정부 셧다운으로 주요 통계가 중단되며 연방준비제도와 시장 참여자들은 경제 데이터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통화정책 결정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데이터 공백 속에서 중앙은행이 금리 방향을 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달러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금은 안전 피난처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선물 트레이더의 단기 차익 실현에도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