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퇴직 인력의 재고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십 년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다시 현장으로 불러들이며 조직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사 적체를 최소화하면서도 청년층과 시니어 인력이 조화를 이루는 ‘세대 융합형 인사관리’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1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재채용된 퇴직 직원은 5000명을 넘어섰다. 매년 약 1000명의 베테랑이 필요한 부서에 맞춰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 셈이다. 특히 올해 10월까지 재채용된 인원은 946명으로 작년 876명을 이미 넘어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십 년간 한 조직에서 일하며 쌓은 노하우는 퇴직 이후에도 쉽게 대체할 수 없다”며 “필요한 부서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이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년 전 한 은행에서 희망퇴직한 이용선 씨(58)는 최근 다시 명찰을 달았다. 현재 그는 퇴직연금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문 자산관리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다. 이 씨는 “퇴직 후에도 경험을 살려 일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정년 연장 대신 재고용을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인력 구조를 유연하게 운영하면서 현장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즉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의 경험은 조직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고 신입 직원에게는 실무 멘토 역할을 수행한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솔루션부와 소호(SOHO)성공지원센터 등에서 시니어 인력을 활발히 재채용하고 있다. 2021년 이후 5년간 재고용된 인원은 1552명에 달한다. 특히 자산관리(PWM) 부문 출신 베테랑들의 고객 만족도가 높아 은퇴 설계나 절세 상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본부 지원부서와 기업금융(IB) 부문에서 퇴직 인력을 다시 채용했다. 재입사한 베테랑들은 지역 중소기업을 찾아가 현장 중심의 금융 컨설팅을 제공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정기적으로 퇴직 직원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이들은 준법감시, 자금세탁방지, 집단대출 지원, 금융사기 피해구제, 비대면 대출 심사 등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핵심 인력으로 활동 중이다.
은행업은 희망퇴직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업종으로 꼽힌다. 연봉 수준이 높고 퇴직금이 많으며 재취업·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들은 퇴직자 전용 공간을 마련해 자격증 취득과 창업 컨설팅을 제공하고, 퇴직자 커뮤니티를 통해 인적 네트워크 유지도 돕는다.
한편 금융권은 재고용을 통해 세대 간 지식 전수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현장 경험을 가진 시니어 인력이 조직의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하며, 청년층은 디지털 금융과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형태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앞으로도 은행권의 베테랑 재고용은 인력 효율화를 위한 주요 전략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