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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민과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해 채무 감면 폭을 대폭 넓히는 청산형 채무조정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내년부터는 채무원금 1500만원을 초과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 고령자 등도 최대 95%까지 빚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채무조정 현장 간담회에서 청산형 채무조정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청산형 채무조정은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운영되며, 원금 1500만원 이하의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 저소득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채무자가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받은 뒤 남은 채무의 절반 이상을 3년 이상 성실히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받는 제도다. 사실상 원금의 5%를 갚으면 나머지 95%의 채무가 면제되는 셈이다.

이억원 위원장은 “새도약기금의 채무감면 기준을 감안해 청산형 채무조정 지원대상 금액을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채무를 조정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기존의 지원 한도인 1500만원이 상향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편안에는 가족의 빚을 떠안은 미성년 상속자도 포함됐다. 미성년 상속자가 3년 이상 일정 금액을 꾸준히 상환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현재는 기초수급자 고령자 중증장애인만 지원 대상이었다.

또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피해자에 대한 채무조정 요건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조정 신청 직전 6개월 내 신규 대출이 전체 채무의 30%를 넘으면 신청이 제한됐지만, 금융범죄 피해자는 예외로 인정받게 된다. 이는 피해금 상환을 위해 대출을 받은 이들이 조정을 신청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채권금융회사의 의결권 기준도 ‘채권 총액’에서 ‘채권 원금’으로 변경된다. 대부업체가 과도한 의결권을 행사해 채무조정 절차를 지연시키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조정이다. 아울러 초고금리 대부계약 무효화 홍보 강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이억원 위원장은 채무조정 확대에 따른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 “신용카드 사태 이후 20년 넘게 이어져 온 채무조정 제도에서도 도덕적 해이 문제는 크지 않았다”며 “실업이나 질병처럼 개인이 예측하기 어려운 사유로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면 채무감면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과감한 채무조정 기조가 지속되면서 성실히 상환 중인 채무자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취약계층의 채무 경감을 통해 사회 전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