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빠르게 조정받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되레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다.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심리가 골드뱅킹을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KRX 금시장에서 순금 1g 가격은 18만8750원으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달 15일 역대 최고가였던 22만7000원보다 약 16% 낮은 수준이다. 전날 종가 역시 전일 대비 0.12%(220원) 하락한 18만9770원을 기록했다. 국제 금값도 이와 비슷하게 약세를 보이며 온스당 4000달러선 부근에서 횡보했다.
금값 하락의 배경에는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있다. 양국이 무역 완화 합의에 도달하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됐고 안전자산 선호가 줄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달 말 1조6203억원으로 집계돼 한 달 전보다 2032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계좌는 18만4991좌로 전달보다 6652좌 늘었으며, 이달 들어 18만5179좌를 기록하며 빠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은행의 ‘하나골드신탁’ 상품도 최근 5회차 판매분 40억원 한도가 반나절 만에 완판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점 대비 15~20% 하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반등과 장기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이 완화되더라도 금의 실물 수요는 꾸준하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지난달 초 4300달러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금값은 최근 2주 사이 약 10% 하락해 4000달러 부근에서 머물고 있다. 시장에서는 8월 말부터 이어진 급등세에 대한 ‘숨 고르기’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조정 국면 이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은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자 안전자산으로, 최근의 상승세는 유동성 확대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 효과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고용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양방향 리스크에 놓인 만큼 금과 귀금속 섹터의 수혜는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 말까지 금 가격 범위를 온스당 3900~5000달러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급등세는 과도했으며 내년 말 금값은 온스당 3500달러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조정은 일시적이며 내년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반등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