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인물을 이용한 화상통화 영상. (사진=울산경찰청)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기반 ‘로맨스 스캠’과 감금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120억원대의 피해가 드러났다. 범죄조직은 현지 대기업을 사칭해 인력을 속여 데려온 뒤 사실상 감금하고 착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국민 보호를 위해 모든 자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범죄단체 조직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최모 씨 등 38명을 입건하고 이 중 24명을 검거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붙잡힌 인원은 19명 한국에서 검거된 인원은 5명으로 모두 구속됐다. 경찰은 올해 5월까지 입건된 45명을 포함해 총 83명을 확인했다.
총책 김모 씨가 이끈 A조직은 실제 운영 중인 현지 대기업을 사칭하며 “고수익 보장”을 내세워 한국인들을 모집했다. 피해자 E 씨는 텔레그램 면접을 통해 캄보디아로 이동했으나 도착 직후 감금됐다. 그는 통역 업무를 맡았지만 “숙식비가 빚”이라며 협박당했고 지난 7월 현지 한인회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조직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가상의 여성 인물을 만들어 피해자와 영상통화로 교류하며 신뢰를 쌓았다. 이후 투자나 송금 명목으로 돈을 빼돌리는 방식이었다. A조직은 프놈펜에 인력 모집 사무실을, 보레이 지역에는 콜센터를 운영하며 범행을 이어갔다.
A조직의 하위조직인 B조직은 별도의 수수료를 내고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총책 강모 씨는 지난 2월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가 7000만원을 건네고 풀려났으나, 이후 법무부와 캄보디아 당국 공조로 재검거됐다. 국내 송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범행 배후는 중국계로 확인됐다. 사용된 콜센터와 범행 건물은 모두 중국인 소유였으며 피해자는 100여 명에 달했다. 자금세탁을 맡은 C조직은 가상화폐를 이용해 자금을 세탁하고 10%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총책 최모 씨는 국내 폭력조직 ‘백학파’ 소속이었다.
한편 부산과 인천에서도 캄보디아 감금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이달 초 50대 남성과 20대 남성이 각각 “캄보디아 건물에 감금돼 있다”며 가족과 지인에게 구조 요청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행적을 추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베트남을 통해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후 캄보디아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캄보디아 바벳 지역은 베트남과 인접해 있으며 로맨스 스캠, 보이스피싱 등 중국계 범죄단체가 집중된 지역으로 알려졌다. 일부 시설에서는 고문과 폭행이 자행된다는 증언도 전해졌다. 인천경찰청에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자녀와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 4건이 접수됐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캄보디아 사태와 관련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확실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피해자 보호와 송환이 최우선이며 관계부처는 캄보디아 정부와 상시 공조 체계를 구축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유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위험 지역에 대한 여행 제한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외교부와 경찰청을 중심으로 실종자 소재 확인과 구금자 송환을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대통령실은 재외공관의 즉각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예산과 인력을 보강해 교민 보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