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이미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가 규제를 예고하면서 연말로 갈수록 대출 문턱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 집값이 다시 오르자 정부는 이번주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9668억원으로 목표치 1조6375억원의 120%를 기록했다. NH농협은행 역시 2조3202억원으로 목표 대비 109%를 초과했다. 하나은행은 8651억원으로 95%, KB국민은행은 1조7111억원으로 85%로 목표에 근접했다. 5대 은행 중 우리은행만 33% 수준으로 여유가 남았다.
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신한·농협·하나은행은 이미 대출 모집인 채널을 닫았다. 지난해에도 목표 관리를 위해 비대면 창구를 막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했던 만큼 올해도 같은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MG새마을금고 역시 주담대 접수를 중단하면서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총량을 초과하면 다음 해 대출 한도 축소 등의 불이익이 있어 금리를 올려 수요를 줄이고 있다”며 “대출을 조여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것을 보면 현 제도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강도 높은 추가 대출 규제를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상한선을 현행 40%에서 35%로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주택은 담보인정비율(LTV)을 0%로 설정해 아예 대출을 막는 방안과 정책대출을 DSR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가 규제 발표 여부와 관계없이 은행권의 총량 목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초과된 물량은 연내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도 주택시장 과열에 긴장하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를 심각하게 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뜻을 모았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정은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정부가 이번주 중 대출 규제 강화와 규제지역 확대를 포함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서울 마포구·성동구, 경기 성남 분당구·과천시 등 급등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수도권 민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점도 대책 추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또 13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기업인 증인 출석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기업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 대신 실무자 출석이 가능한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추가 대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대출 보릿고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대출 한도 축소와 DSR 강화가 동시에 시행되면 자금 조달 창구가 좁아지고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