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사망해야만 받을 수 있던 보험금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지만 실질적 혜택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 가입자가 월평균 10만원 안팎의 금액만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유동화 대상은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으로 만55세 이상이며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하고 보험료 납입이 완료된 계약만 해당된다. 또 계약기간과 납입기간이 10년 이상이어야 하고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어야 한다. 조건을 충족한 계약은 41만4000건이며 총 사망보험금 규모는 23조1000억원이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사는 유동화 서비스를 일제히 출시했다. 가입자는 해약환급금을 기반으로 사망보험금의 최대 90%를 2년 이상 나눠 받을 수 있다. 나머지 10%는 사망 시 보험금으로 지급된다.
삼성생명은 “해약환급금이 많이 쌓인 계약자일수록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라이프 역시 대상 고객에게 개별 안내를 완료하고 별도의 수수료 없이 신청을 받고 있다.
다만 실제 수령액은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예시에서 40세 여성이 사망보험금 1억원 상품에 가입해 10년간 보험료 1872만원을 납입한 뒤 55세에 유동화를 신청하면 연평균 153만원, 월평균 12만7000원을 20년 동안 받는다. 유동화 비율 90%로 설정해도 사망 시 추가로 받는 금액은 1000만원에 불과하다. 노후자금과 사망보험금을 모두 합쳐도 4000만원 수준으로 원래의 사망보험금 1억원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되는 75세 신청 시에도 매년 304만원씩 20년간 총 6090만원을 수령하며 사망 시 1000만원을 추가로 받는 구조다. 총액은 7000만원에 머문다. 게다가 전체 유동화 대상 중 가장 많은 계약이 사망보험금 5000만원 상품이어서 실제 대다수 가입자는 월평균 6만~13만원 정도를 받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유동화 제도의 주요 대상이 고령층인 만큼 소비자의 이해력과 판단력을 고려해 설명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들도 “종신보험 가입금액이 낮은 경우 실질적인 연금 효과가 미미하다”며 “제도의 활성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유동화 제도는 고령화 사회에서 종신보험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소비자 중심 정책”이라며 “보험사와 가입자 모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5~7% 확정금리 종신보험 부담을 덜기 위한 보험사 중심 정책”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