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주가가 처음으로 10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31일에는 10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불과 두 달 만에 54.23% 급등한 결과로 올해 누적 상승률은 101.31%에 달한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매도세로, 외국인은 매수세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만99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를 완전히 회복했다. ‘8만전자’와 ‘9만전자’ 구간에서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본전을 찾자 대거 매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9월 이후 개인은 13조5484억원어치를 팔았고, 같은 기간 외국인은 11조9134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9월 18일부터 10월 2일까지 ‘8만전자’ 구간에서 4조9270억원을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3주년이었던 지난 10월 27일 ‘10만전자’ 돌파 소식이 전해지자 소액주주 500만여 명은 환호했다. 6년간 주식을 보유한 20대 투자자 한모 씨는 “5만원대까지 떨어졌을 때는 버티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수익률이 75%에 달한다”고 밝혔다.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504만9175명으로 전체 발행 주식의 67.58%를 보유하고 있다.

AI 기반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2조1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 증가했다. 매출은 86조617억원으로 8.8% 늘었고 순이익은 12조2257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인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는 HBM3E와 서버 SSD 판매 확대로 분기 최대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달성했다.

AI 열풍 속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회장의 ‘치맥 회동’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황 CEO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 오랫동안 협력할 파트너”라며 기술력을 인정했다. 메모리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증권가도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목표가를 15만원으로 제시했고,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14만5000원과 14만7000원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김규현 부사장은 “AI가 서버뿐 아니라 자율주행과 로봇에서도 신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번 호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코스피는 반도체 랠리의 영향으로 4000포인트를 돌파했고, 투자자 예탁금은 80조원을 넘어섰다. KB증권은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5000으로, JP모건은 강세장 지속 시 6000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고점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여전해 ‘포모(FOMO)’와 ‘트라우마’ 사이에서 엇갈린 투자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는 HBM3E와 HBM4 등 차세대 메모리 수요 증가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AI 인프라 확산이 계속되는 한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