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청약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무주택 서민들이 청약의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연내 대규모 분양이 줄줄이 대기 중이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현금 부자만이 청약을 시도할 수 있는 구조로 변했다.
2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강남권에서는 래미안 트리니원(2091가구), 아크로 드 서초(1161가구), 오티에르 반포(251가구), 방배포레스트 자이(2217가구) 등 대단지 분양이 예정돼 있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인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무주택자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10월 15일 주택시장 안정을 이유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대출 규제를 한층 더 조였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주택 가격에 따라 15억원 이하는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최소 11억원 이상 현금이 있어야 청약 기회라도 잡을 수 있다.
분양가 또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551만1000원이었다. 국민 평형인 전용 84㎡를 기준으로 약 15억4737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대출 제한이 더해지면서 서울 내 청약을 노리는 무주택자들은 현실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렵다.
실제 ‘래미안 트리니원’의 전용 59㎡ 분양가는 약 21억원, 전용 84㎡는 약 28억원으로 예상된다.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의 매매 시세가 41억9000만~50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당첨 시 최대 29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지만, 대출로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크로 드 서초’ 역시 전용 59㎡ 분양가가 약 20억원으로 예상돼 청약에는 최소 14억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
이처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라도 분양가 인상 요인은 여전하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기본형건축비는 2022년 9월 ㎡당 190만4000원에서 올해 9월 217만4000원으로 27만원 인상돼 3년 만에 14.2% 올랐다. 여기에 택지비, 가산비 등이 더해지면 실질 분양가는 더 높아진다.
청약시장의 온도는 빠르게 식고 있다. 리얼하우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7.78대 1로, 2023년 9월(7.0대 1)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83.88대 1로 지난해 7월(90.07대 1) 이후 가장 낮았다. 청약 경쟁률 하락은 수요 감소를 의미하지만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한편, 청약시장의 위축은 지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 중심의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지방에서는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시장이 자금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