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단기간 급등세 이후 12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은과 백금 등 다른 귀금속도 동반 하락하며 전반적인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차익실현 매물과 위험자산 선호 심리 회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109.10달러로 전일 대비 5.7% 하락했다. 현물 금 가격 역시 온스당 4115.26달러로 5.5% 내렸다. 장중 한때는 4082.03달러까지 밀려 2013년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보였다. 전날 금값은 온스당 4381.2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 약 60% 급등한 바 있다.
은 현물 가격도 7.6% 떨어져 온스당 48.4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백금은 5.9% 하락한 1541.85달러 팔라듐은 5.3% 내린 1417.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 주요 기업의 실적 호조로 인한 위험자산 선호 강화 △미·중 무역 협상 진전 기대감 △달러화 강세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부담 △신흥국 수요 둔화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인도의 ‘디왈리’ 명절로 현지 시장이 휴장하면서 유동성이 줄어든 점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타이 왕 독립 금속 트레이더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하락 시 매수세가 유입됐으나 최근 급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며 단기 차익 실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짐 위코프 키트코 메탈 선임 애널리스트도 “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 안전자산인 금과 은의 약세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 셧다운 종료 가능성과 미·중 무역 합의 기대감이 향후 수주간 금값을 조정 국면으로 이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레 한센 덴마크 삭소은행 상품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급락은 과열 이후 나타난 자연스러운 조정이며, 근본적인 매수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주간 포지션 보고서가 지연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포지션을 파악하기 어려워진 점이 불확실성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금 상장지수펀드(ETF) ‘SPDR 골드 셰어스’의 옵션 거래량은 최근 이틀간 200만 건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가격 급락에 대비한 헤지 수요와 단기 투기 거래가 동시에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은값은 올해 들어 약 80% 상승했으나 이번 급락으로 상승분의 일부를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런던 시장에서 공급 부족으로 발생했던 ‘숏 스퀴즈(short squeeze)’ 현상이 완화된 것도 이번 조정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