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마지막 대책으로 세제 개편에 착수했다.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고가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보유세 인상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제기된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과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된다. 이번 개편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를 인상하고 양도세·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앞서 10·15 부동산 대책에서는 응능부담 원칙만 제시됐으나 이번에는 구체적 조정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 중 “한국은 보유세가 낮고 양도세가 높아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가 1주택자 과세 필요성도 언급하며 “집값이 50억원이면 연간 5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 1주택자도 세제 개편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 세제 조정의 핵심은 거래 활성화와 형평성 제고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주택 수가 아니라 총 부동산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 체계를 바꾸면 조세 형평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다주택 규제 강화로 인해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원칙과 상충한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강남과 한강벨트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의 1주택자 세부담이 늘어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세제 개편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 시절 완화됐던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가 시장 안정에 반드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보유세 인상은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의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이 이상적이지만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매가나 전세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수입은 총조세 대비 4.9%로 OECD 평균 3.8%보다 높았다. GDP 대비 비중도 OECD 평균과 같은 0.9%를 기록했다.
거래세는 더 과중했다. 2022년 기준 부동산 거래세 비중은 총조세의 4.26%로 OECD 평균 1.86%의 두 배를 넘었다. 주택 취득세 수입은 9조5000억원 양도세는 4조원에 달했으며 보유세에 해당하는 재산세는 6조1000억원 종합부동산세는 1조800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종부세는 현행을 유지하고 재산세를 조정해 지역 기반의 세제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제 조정은 단순한 세수 확보 수단이 아니라 지역별 불균형을 완화하고 시장 유동성을 조절하는 정책적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