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에서 이뤄진 부동산 거래 중 절반 이상이 증여와 관련된 위법 의심 사례로 드러났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증여를 통한 자산 이전이 활발해졌고, 이 과정에서 세금을 회피하려는 편법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부동산 감독 기구 신설과 함께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한국부동산원 신고내용 조사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부동산원은 서울 지역 거래 4760건을 조사한 결과 2779건을 위법 의심 거래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1530건이 증여성 거래로 확인돼 전체 의심 거래의 55%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 집값이 오르면서 전국적으로 증여 거래도 증가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의 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등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2만64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늘었다. 이는 2022년 3만4829건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서울의 증가세는 특히 두드러졌다. 올해 9월까지 서울의 부동산 증여 건수는 5883건으로 전년 대비 19.8% 증가했다. 강남구 507건 송파구 395건 서초구 378건 용산구 196건 등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고가 지역일수록 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증여를 통한 절세 수단으로 편법이 활용된다고 지적한다.
통상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 조기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세금이 더 오르기 전에 자녀 등 특수관계인에게 미리 증여를 마쳐 세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현행법상 가족 간 거래는 실거래가 대비 30% 저렴한 금액까지 정상 거래로 인정돼 최대 3억원 한도 내에서 저가 양도가 가능하다. 또한 전세보증금이나 대출 채무를 함께 이전하는 ‘부담부증여’ 방식도 허용돼 절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를 악용한 변칙 증여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를 신고하거나 매매를 가장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특히 부담부증여 신고 후 자녀가 실제로 대출금이나 전세금을 상환하지 않거나 생활비 명목으로 부모에게 지속적으로 지원받는 경우도 적발 대상이다.
정부는 이 같은 ‘꼼수 증여’를 차단하기 위해 단속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국무총리 직속으로 부동산 감독 기구를 신설해 불법 거래와 집값 띄우기 행위를 상시 감시하도록 한다. 해당 기구는 ‘부동산 감독 추진단’으로 내달 공식 출범한다. 동시에 국세청은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자금 출처 조사 대상과 건수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편, 부동산 증여는 향후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 등 세제 개편을 검토하면서 세금이 강화되기 전에 증여를 마치려는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세금 회피 목적의 거래가 늘면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