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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서울 주택 시장에서는 거래가 위축됐지만 고가 아파트만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규제를 피해 상급지에 몰리며 자산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는 모습이다.

23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3946건 중 932건이 신고가로 나타났다. 비중은 23.6%로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12억~20억원 구간의 신고가 비율이 31%로 가장 높았고 3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도 거래의 20%를 차지했다. 반면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신고가 비중은 18%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서초구가 61.5%로 가장 높았고 용산구 59.5% 강남구 51.6% 순으로 조사됐다. 주택담보대출 한도인 6억원을 넘는 매물은 사실상 현금 거래가 불가피해 대출 규제의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증여와 상속을 통한 거래도 뚜렷이 늘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의 증여 비중은 규제 전 27.2%에서 7월 30.5%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시장의 양극화를 고착화한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줄었는데도 신고가가 늘어난 것은 현금 부자가 선호 입지에 집중한 결과”라며 “실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자산 대물림 구조가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 일부의 신고가가 전체 시장 회복으로 오인되는 착시가 우려된다”며 “청년과 무주택자들의 박탈감이 커지면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대출 규제가 무주택자의 무리한 차입을 막는 순기능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현금 부자 중심의 과열과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규제보다 지역과 가격대별로 차등 적용되는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증여 거래 비중 상승은 편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아울러 청년과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는 금융 및 공급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주거 불평등이 구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 주택 시장은 거래 감소 속에서도 고가 아파트만 치솟는 이중 구조를 보이고 있다. 단순한 가격 흐름을 넘어 자산 대물림과 불평등 심화라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는 만큼 정교한 정책 대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