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전망 (사진=MMM)

상속세 공제 규모가 28년 만에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기국회에서 상속세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가 합산 기준 최대 18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여야 모두 공제 확대에 반대 입장을 내지 않아 이번 회기 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2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일괄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상향하고 배우자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배우자와 자녀가 최대 1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었지만 개정 후에는 18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할 방침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서울 평균 집값 한 채 정도는 상속받아도 집을 팔지 않고 계속 살 수 있도록 하자”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게 법 개정을 지시한 바 있다.

앞서 공제 금액은 1996년 이후 28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당시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35평 시세는 2억3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 8월에는 14억원을 웃돌았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114만원으로 지난해 3월 13억원을 돌파한 뒤 1년 6개월 만에 1억원 이상 상승했다.

국세청 통계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2010년 서울 피상속인 대비 과세대상자 비중은 2.9%였지만 2023년에는 15%로 늘었다. 전국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1.4%에서 6.8%로 확대됐다.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2020년 처음 1만명을 넘어선 뒤 2023년에는 1만5760명에 달했고 올해는 1만9944명으로 늘었다. 세무업계는 공제 확대 시 약 1만명 가까운 납세자가 상속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적 파장도 예상된다. 한강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상속세 공제 확대는 중산층 유권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있으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효과를 경계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8억원으로 확대할 경우 향후 5년간 약 3조843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배우자 공제까지 확대될 경우 세수 감소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급하지 않은 부자 감세부터 꺼내든 것은 사회 양극화 문제에 대한 철학이 부족하다는 신호”라며 재정 건전성과 민생 회복을 위한 다른 대책의 필요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