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 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운데 고분배율 경쟁에 따른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저비용과 편리함으로 ‘간편 투자’ 이미지를 얻은 ETF는 지난달 말 기준 순자산이 232조원으로 불과 5년 전 50조원 수준에서 4.5배 성장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분배율 경쟁이 과열되면서 오히려 원금 훼손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ETF는 낮은 운용보수와 분산투자 효과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매월 현금을 지급하는 분배형 ETF가 주목받으며 “1억원 투자 시 매달 150만원 지급” 같은 광고가 확산됐다.
하지만 이런 분배금은 새로운 수익이 아니라 펀드 자산을 현금화해 지급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분배가 이뤄지는 시점에는 기준가가 분배금만큼 낮아지는 ‘분배락’ 현상이 발생한다. 금융당국은 “연 20% 목표분배율이 곧 20% 수익률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부문 대표는 최근 고분배율 경쟁이 원금 훼손 위험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ETF 분배금은 기업 배당이 아니라 세금 납부를 위한 현금 인출 프로세스일 뿐”이라며 “분배율이 높다고 해서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커버드콜 상품은 지수 수익률을 능가할 수 없고 원래는 연금을 인출하는 노후 솔루션 성격이 강하다”며 젊은 세대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커버드콜 전략은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해당 자산의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기초자산이 횡보할 때는 안정적이지만 상승 시에는 수익률이 제한된다. 최근에는 옵션 매도 비중을 늘려 분배율을 17%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상품들이 등장했으나 이는 시장 상승에 따라가지 못하고 원금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코스피200의 지난 2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약 8% 수준인 점을 들어 적정 분배율은 7%라고 제시했다.
윤병호 미래에셋운용 전략 ETF 운용본부장은 “옵션 매도 비중이 높아지면 분배율은 올라가지만 상승장에서 수익률은 떨어진다”며 “분배가 지속 가능하고 원금 성장도 가능한 수준이 바로 7%”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운용은 ‘TIGER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ETF’와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위클리커버드콜ETF’ 두 종목을 새롭게 출시하며 이를 통해 격주 분배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두 상품은 오는 23일 한국거래소에 상장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ETF 투자를 안전한 투자처로 단정하기보다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운용전략과 기초지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분배율 환상에 휘둘리지 않고 추적오차·괴리율·총보수 등 변수를 점검해야만 ETF 투자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