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이민세관단속국(ICE))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수백 명이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된 사태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귀국 일정과 석방 현황을 직접 밝혔다. 이 과정에서 유효한 비자를 가진 근로자까지 구금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불법 감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최신 정보로는 한국시간 오후 3시 구금시설에서 출발해 내일 새벽 1시쯤 비행기가 이륙하며 오후쯤 서울에 도착할 것”이라고 전했다. 귀국 인원은 총 330명으로 한국인 316명과 외국인 14명이며 한국인 중 한 명은 영주권자인 가족 사유로 현지에 잔류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석방 지연 배경에 대해 “버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미국 당국이 수갑을 채우려 했고 우리는 이를 거부했다”며 “이후 소지품 반환 절차가 중단됐지만 백악관의 지시에 따라 귀국 준비가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로운 귀국을 지시했고 다만 원치 않는 사람은 남을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각) 내부 문건을 입수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HL-GA 공장에서 한국 기업 SFA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를 합법 비자 소지자임을 알고도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이 직원은 유효한 B1/B2 비자를 가진 상태였으며 비자 요건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애틀랜타 사무소장은 자진 출국자로 분류하라고 지시했고 해당 직원은 실제로 자진 출국을 수락했다.
ICE는 이번 단속에서 체포된 475명이 모두 불법 취업을 했거나 비자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가디언이 공개한 자료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조지아주 이민 전문 변호사 찰스 쿡은 “법적으로 구금할 수 없는 사람을 억류한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불법 감금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도 “합법적 신분자들에게 자진 출국을 제안했다면 이번 체포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ICE의 상위 기관인 국토안보부(DHS)는 “해당 인물이 무단 취업을 인정해 자진 출국을 수락했다”는 입장을 반복했으나 가디언이 확보한 내부 문건과 상충돼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파장은 양국 경제 협력에도 미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들이 현지 투자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미 투자와 연관된 비자 발급 정상화와 새로운 제도 마련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이면 합의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