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이 사상 최고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전자’에 근접했고 SK하이닉스는 장중 ‘50만닉스’ 고지를 돌파한 가운데 두 종목 모두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2일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며 SK하이닉스도 2023년 이후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2028년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1조달러를 넘어서고 HBM 등 D램의 공급 증가는 평택 P5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는 2028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6~2027년에는 D램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가시성이 확대되면서 코스피 영업이익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에서 나올 것”이라며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 증가분 91조원 중 삼성전자 28조원 SK하이닉스 22조원이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1985년 이후 코스피 시장의 PBR이 0.52배에서 1.8배로 상승한 사례를 감안하면 반도체 밸류에이션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장중 50만2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71.23%로 코스피 전체(59.4%)와 삼성전자(82.58%)를 크게 웃돌았다. 시가총액은 350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AI 메모리 수요 폭증과 범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실적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9조2129억원이었으며 3분기 컨센서스는 11조3434억원으로 분기 기준 ‘10조 클럽’ 진입이 확실시된다. 4분기 전망치는 12조49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5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4분기 영업이익을 15조원으로 추정하며 내년 실적 전망치를 기존 64조1000억원에서 81조5000억원으로 27% 상향 조정했다. 씨티는 “SK하이닉스가 D램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서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AI 메모리 수요 확대가 장기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잇따라 목표주가를 높였다. 하나증권은 58만원 한국투자증권은 56만원 대신증권과 흥국증권은 각각 55만원 iM증권은 53만원을 제시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이 예상보다 양호해 연말까지 실적 컨센서스가 지속적으로 상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는 제18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게 훈·포장을 수여하며 산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행사에는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 등 5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개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삼성전자 허성회 부사장은 9세대 V-낸드 플래시 개발 성과로 은탑산업훈장을, 솔브레인 박영수 대표는 반도체 공정 재료 국산화 공로로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