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캄보디아 거래소 간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출입 규모가 지난해 급증하면서 불법 자금 세탁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날 한국과 캄보디아 정상이 만나 스캠 범죄 대응을 포함한 초국경 범죄 공조 강화를 논의해 주목된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캄보디아 후이원 개런티 간 코인 이동 규모는 총 128억645만원으로 확인됐다. 2023년 922만원에서 약 1400배 증가한 수치다. 입고액은 104억9457만원 출고액은 23억1188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빗썸의 거래 규모가 124억2646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업비트는 3억6691만원 코빗은 1187만원 코인원은 120만원 수준이었다. 고팍스에서는 송금 기록이 없었다. 후이원 개런티는 미국과 영국 정부로부터 자금 세탁과 사기 연루 혐의로 제재를 받은 후이원 그룹 계열사다. 이 단체는 국제 사회에서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규정돼 있다.
올해에도 양국 간 코인 이동은 이어졌다. 올해 1월부터 10월 20일까지 유출입 규모는 31억4925만원이었다. 빗썸이 21억8218만원 업비트가 5억2351만원 코빗이 4억4328만원을 기록했다. 코인원은 28만원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다만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은 올해 상반기 후이원 개런티와의 거래를 차단했다.
빗썸은 이외에도 프린스그룹 계열 바이엑스와의 입금 기록이 확인됐다. 바이엑스 역시 자금 세탁 통로로 지목돼 국제 제재를 받은 거래소다. 빗썸은 지난 22일 해당 거래소와의 모든 코인 입출금을 중단했다.
이번 유출입의 대부분은 미국 달러와 1대1로 연동된 테더(USDT)로 파악됐다. 지난해 128억645만원 중 99.9%에 달하는 128억569만원이 테더로 거래됐다. 변동성이 낮고 환금성이 높아 불법 송금에 악용될 우려가 제기됐다. 이양수 의원은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연루된 자금 흐름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 훈 마네트 총리를 만나 최근 발생한 스캠 범죄와 한국인 피해 문제를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캄보디아 당국이 우리 국민을 배려해준 점에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양국이 새로운 단계의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밝혔다.
훈 총리는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사건은 불행한 일”이라며 “캄보디아 경찰이 즉시 조사와 체포를 진행했고 스캠 관련 인사 추적을 한국과 공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인신매매와 마약 등 초국경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범국가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며 역내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상회담은 최근 한국인 대상 범죄 증가와 가상자산 관련 불법 송금 논란이 맞물린 가운데 열렸다. 양국은 범죄 근절과 금융투명성 제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