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세대의 삶의 무게중심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녀를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즐거움과 행복을 중시하는 ‘자기주도형 노년’이 늘고 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사회에서 시니어 시장은 미래 산업의 핵심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23일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이 발표한 ‘노인주거상품의 현황과 개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변화된 노년층의 가치관이 구체적인 조사 결과로 드러났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55세에서 79세 사이의 가구주 또는 배우자 3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내 재산은 나를 위해 써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노년층이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전통적 관념에서 벗어나 자기 소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년에 대한 인식 또한 달라졌다. 응답자의 52.1%는 노년을 ‘자기실현의 시기’ 혹은 ‘제3의 인생’으로 봤고 ‘삶의 종착점을 향한 과정’이라 답한 비율은 47.9%였다. 자녀와 함께 거주하기보다 독립적으로 살겠다는 응답도 58.3%에 달했다. 또 같은 연령대뿐 아니라 여러 세대와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비율이 61.6%로 나타나 세대 간 소통을 중시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소비 성향에서는 절약을 중시하는 비율이 54.4%로 여전히 높았으나 자녀에게 자산을 상속하거나 증여해야 한다는 응답(26.1%)보다 본인을 위해 소비해야 한다는 응답(73.9%)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경제적 자립 기반이 탄탄한 베이비붐 세대가 중심이 된 새로운 소비 구조의 출현으로 해석된다.
거주지 선택에 있어서는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을 계속 선호하는 비중이 56.7%였다. 많은 응답자가 소수보다 다수가 모여 사는 형태의 주택(65.1%)을 원했으며 부대 서비스보다는 관리비가 저렴한 주택(63.8%)을 더 선호했다. 또 공용공간보다 개인공간이 넓은 집을 희망한 비율이 52.4%로 조사됐다.
시니어 주택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식사 지원(57.3%)과 생활 지원(43.0%)이 가장 높았다. 뒤이어 또래 간 소통(37.5%), 시니어 맞춤 여가시설(32.6%), 의료 및 병간호 서비스(29.6%) 순이었다. 입주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입지(91%), 시공 및 운영사 브랜드(90.9%), 의료서비스(89.3%), 운영 서비스(88.6%) 등이 꼽혔다.
입지 조건에서는 생활편의시설 접근성(53.4%)과 의료시설 인접성(47.6%)을 가장 중시했다. 자연환경 쾌적성(43.0%), 대중교통 이용 편리성(24.1%), 자녀 거주지 근접성(19.2%)이 그 뒤를 이었다. 선호 지역은 경기 및 인천이 46.3%로 가장 높았다.
한편, 시니어들이 선호하는 주거 컨셉트는 ‘럭셔리형(38.4%)’보다는 ‘기본형(81.6%)’이었으며 ‘여가 중심형(47.9%)’보다 ‘의료 특화형(52.1%)’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일반 아파트보다 임대형 시니어 특화 아파트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입주하지 못할 경우 입주를 포기하겠다는 응답도 63.3%에 달했다.
보고서는 “시니어의 66.7%가 반려동물과의 동반 입주를 원한다”며 “관련 서비스 수요가 향후 시니어 주거 시장의 새로운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