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소년 스포츠 시장이 월스트리트의 자본 유입으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부모들의 부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단순한 여가 활동으로 여겨지던 이 분야가 고수익 산업으로 변모하면서 ‘키즈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28일(현지시각) 아스펜 연구소와 미국 유타 주립대, 루이지애나 공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프로젝트 플레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가정이 자녀 1명의 주력 스포츠에 쓰는 평균 연간 비용은 1016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보다 46% 늘어난 수치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두 배에 달한다. 다른 종목에 쓰는 평균 비용 475달러를 더하면 자녀 1인당 연간 지출은 약 1500달러에 이른다. 특히 만 6~10세 어린이도 이미 1인당 연간 지출이 1000달러를 넘어섰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미국 유소년 스포츠 시장 규모는 연간 400억달러를 초과해 NFL의 매출을 크게 앞질렀다.
스포츠 종목별 지출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9년 대비 지난해 농구 비용은 105% 증가했고 축구는 69% 야구는 68% 뛰었다. 아스펜 연구소는 클럽팀 중심의 구조 재편과 원정 대회의 확산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팀 등록비와 개인 레슨비뿐 아니라 숙박과 교통 등 여행 경비까지 부모들의 부담을 키운 것이다.
가정의 경제력에 따른 격차도 뚜렷했다. 연소득 10만달러 이상 가구는 5만달러 미만 가구보다 연간 1471달러를 더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자녀가 비용 문제로 스포츠를 포기할 확률은 고소득층보다 6배 높았다. 아스펜 연구소 스포츠&사회 프로그램 톰 패리 전무 이사는 “유소년 스포츠 인플레이션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용 급등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월스트리트 자본의 개입이 꼽힌다. 자녀 성공에 대한 부모들의 강한 기대는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줄이지 않는 ‘비탄력적 수요’를 형성했다. 실제로 미국 대학은 매년 30억달러 규모의 체육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어 부모들의 투자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수천 개의 영세 클럽과 시설로 나뉘어 있던 시장의 파편성이 사모펀드의 ‘롤업 전략’을 위한 최적 조건으로 작용했다.
롤업 전략은 여러 소규모 기업을 인수해 대형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높은 기업가치 배수로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회계와 마케팅 같은 기능이 통합되고 대량 구매력을 확보하면서 시장 지배력이 강화됐다. 미국 청소년 스포츠 플랫폼 ‘리그앱스’ 제레미 골드버그 대표는 “작은 조직은 점점 더 작아지고 큰 조직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