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와 금 채굴기업 주가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와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위상이 다시 부각된 모습이다.
25일 ETF체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KRX 금시장에서 4386억원 규모의 금 관련 상품을 순매수했다. 이는 7월 261억원 8월 845억원과 비교하면 폭발적 증가세다. 같은 기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ACE KRX 금현물’ 1278억원 ‘TIGER KRX금현물’ 1013억원이 순매수되며 각각 16.97% 17.16%의 수익률을 기록해 코스피 상승률 8.98%를 크게 웃돌았다.
국제 금값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선물은 트로이온스당 3795.90달러에 마감했고 장중 한때 3824.60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금 선물 가격은 42.22% 상승했다. 국내 현물 가격 역시 g당 17만7960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금값 급등은 채굴기업 주가에도 직결됐다. 앵글로골드 아샨티는 올해 들어 200.78% 급등했으며 뉴몬트 127.49% 바릭 마이닝 123.42% 애그니코 이글 마인스 107.63% 등 주요 기업이 세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휘턴 프레셔스 메탈스는 91.89% 프랑코 네바다는 82.36% 오르며 강세 흐름에 동참했다. 금 채굴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은 104.22% ‘반에크금채굴(GDX)’은 119.81% ‘반에크 소형주 금광(GDXJ)’은 122.25%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달러 약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무력 충돌 같은 지정학적 불안이 금 가격을 밀어올렸다고 분석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ETF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어 과거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추가 상승 전망을 내놨다. 도이치뱅크는 내년 금 가격이 4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봤고 골드만삭스는 연준 독립성 훼손 시 최대 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이 “과거 금 상승 사이클 평균을 감안하면 내년 말까지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하반기 금 가격을 3900달러로 예상했다.
다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과열 경고도 나온다. 최근 한 달 동안 금값은 약 18% 급등했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량 대비 금 상승률은 이미 부담스러운 구간에 진입했다”며 “단기 조정 가능성이 커진 만큼 장기 분할 매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