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장수인이자 초백세인이었던 고(故)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 (사진=기네스 세계 신기록)

지난해 117세 168일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세계 최고령 여성의 장수 비결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스페인 연구진은 특별한 유전적 요인과 절제된 생활 습관이 결합해 장수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26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대와 호세프 카레라스 백혈병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스페인 출신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의 생물학적 특성과 생활방식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24일(현지시간) 의학저널 ‘셀 리포츠 메디신’에 게재됐다.

모레라는 19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텍사스와 뉴올리언스에서 성장했고 제1차 세계대전 중 가족과 함께 바르셀로나로 이주했다. 그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 스페인 독감, 코로나19 팬데믹을 모두 겪었다. 113세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회복해 주목을 받았으며 2023년 별세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인물로 기록됐다.

연구진은 사망 1년 전 확보한 혈액과 타액, 소변, 대변 샘플을 토대로 유전체, 단백질체, 대사체, 미생물군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모레라가 생전 “내 몸을 연구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며 연구 참여를 허락한 덕분이었다.

그 결과, 모레라는 노화의 일반적 특징인 텔로미어 단축과 비정상적 B세포 집단, 클론성 조혈증을 보였다. 그러나 텔로미어가 지나치게 짧아 세포 분열이 제한된 덕분에 암 발생이 억제됐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또 뇌와 심장을 퇴행성 질환으로부터 보호하는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고 전신 염증 수치가 낮아 암과 당뇨 위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콜레스테롤과 지방 대사 역시 원활했다. 연구진은 모레라의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보다 최소 10~15세 젊었다고 평가했다.

생활 습관도 장수의 중요한 조건으로 꼽혔다. 그는 평생 흡연과 음주를 피했고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했으며 매일 요구르트를 세 개씩 먹는 식습관을 유지했다. 실제로 장내 미생물 검사에서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움이 풍부하게 나타났다.

모레라는 사교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도 유명했다.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스스로를 ‘수퍼 카탈루냐 할머니’라 소개했고 삶의 지혜와 경험을 공유했다. 홀로 지낸 이후에도 가족이 근처에서 왕래했고 친구들과도 교류하며 사회적 관계를 이어갔다. 5년 전까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할 정도로 활발했다.

마넬 에스테예르 박사는 “모레라의 부모가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다”며 “이번 연구가 노인의 건강 증진과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