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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이 지정학적 긴장과 달러 약세에 힘입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은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트로이온스당 4469.50달러로 치솟았다. 동시에 은 역시 금 강세에 동조하며 내년에도 랠리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코멕스(COMEX)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오후 12시30분 기준 내년 2월 인도분 금 선물(GCZ5)은 전장 결제가 4387.30달러보다 82.20달러(1.87%) 오른 트로이온스당 4469.50달러에 거래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베네수엘라로 오가는 유조선을 차단한 조치가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현재까지 미국은 베네수엘라 유조선 2척을 나포했으며 1척을 추가 추격 중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카리브해에서 격화되는 미국의 행위가 국제 해운에 위협을 준다며 베네수엘라를 전폭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정학적 불안이 금값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한다. 네모머니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 긴장이 단기적 금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거래량이 적은 연휴 장세 속에서 조정 이후 나타난 상방 돌파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약세 또한 금 가격을 지지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98.195까지 밀리며 전일 대비 약 0.6% 하락했다. 금이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비(非)달러 보유자에게 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수요가 늘어난다.

은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옥지회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2025년 은 가격은 달러지수 약세와 금 강세, 인도 실물 수요 및 투자 수요 증가로 캐치업 랠리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달러 약세를 이끌며 귀금속 전반의 상승세를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옥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귀금속 관세 부과를 검토한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금과 은이 미국으로 대거 이동했다. 이 여파로 런던 시장의 거래 가능 재고가 급감했고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SHFE) 은 재고도 줄며 공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또한 중국이 거래소 외 금 판매 부가가치세 환급을 종료하고 인도의 은 수요가 급증한 점, 글로벌 ETF의 은 실물 보유량 확대 등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옥 애널리스트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은을 중요광물(Critical Minerals)로 지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향후 관세나 무역 제한 조치가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은은 금 대비 저평가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금 상승 시 은이 뒤따르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26년 은 목표 가격을 온스당 100달러로 제시했다. 다만 “은은 중앙은행 수요가 적어 조정 시 변동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삼성선물은 내년 금과 백금 목표가를 각각 온스당 5000달러, 2200달러로 전망했다.

앞서 금값이 고점 부근에서 쉽게 하락하지 않는 이유는 구조적 요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금은 역사적으로 화폐 가치가 흔들릴 때마다 신뢰를 받아온 자산이다. 인플레이션과 금융위기, 지정학적 갈등이 반복될 때마다 금은 실물 자산으로서의 희소성과 보존 가치를 유지해 왔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통화 가치 불안이 커질수록 금은 전략적 자산으로 재평가되며 실질금리 하락 가능성이 커질수록 금 매수세가 강화된다.

금 시장은 단기적 고점 부담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금은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 자산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기준금리 하락 시 상대적 매력이 더욱 커진다.

한편,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과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금과 은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와 은의 산업 수요 증가는 내년 귀금속 시장 전반의 상승 압력을 키울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