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가격이 1년 새 두 배 이상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AI와 전기차 산업의 수요 확대에 더해 미국의 중요 광물 지정이 맞물리면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이 저평가된 자산이라며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분석한다.
22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9일 은 선물 가격은 종가 기준 트로이온스당 67.48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달 초 대비 14.1% 상승한 수준으로, 1년 전보다 130.5% 올랐다. 은의 시가총액은 3조7930억달러(한화 약5617조4330억원)에 이르며 금, 엔비디아, 애플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이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3조7250억달러)을 넘어선 수치다.
글로벌 ETF 시장에서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글로벌 시장에서 은 현물 ETF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로 약 14억92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국내에서도 KODEX 은선물(H)에 지난주에만 397억원이 몰렸다.
은값 급등의 가장 큰 요인은 산업 수요 확대다. AI 서버, 전기차, 로봇, 태양광 등 신산업에서 은은 센서, 전자기판, 태양광 셀 등 핵심 부품에 사용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은을 ‘중요광물’로 지정한 점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선물 옥지회 연구원은 “은이 중요 광물로 지정되면 관세나 무역 제한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은의 향후 흐름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옥 연구원은 “은은 1970~80년대 원자재 급등기 당시 최고치를 최근에야 경신한 자산으로 금 대비 저평가된 인식이 강하다”며 “장기적으로 금이 오르면 은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아 내년 목표가를 온스당 100달러로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LS증권 홍성기 연구원은 “은은 금보다 실물 시장 규모가 작아 투자자금의 영향이 크다”며 “만약 미국이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면 단기 조정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재테크 서적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내년도 유망 투자 자산으로 은을 꼽았다. 그는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를 “공격적인 통화 완화 기조의 복귀”라고 해석하며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기요사키는 “연준의 결정은 새로운 돈 풀기 국면을 여는 신호”라며 “은은 여전히 저평가된 자산으로 실물 매입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기요사키는 “은이 달로 갈 것(Silver is going to the moon)”이라며 2026년 온스당 최대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통화 가치 하락과 금융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 은,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