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MMM)

외국인 임대인이 급증하는 가운데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을 출국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외국인 임대인의 보증 사고가 늘면서 정부는 강제 경매와 거래 허가제에 이어 보다 강력한 제재에 나서는 모양새다.

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확정일자가 부여된 부동산의 임대인 중 외국인은 1만878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198명보다 15.9% 늘었고 2023년(9808명)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살펴보면, 외국인 임대인 절반은 서울에 거주하거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명 중 1명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집중돼 있다. 강남구가 1033명으로 가장 많고 ▲서초구 821명 ▲송파구 816명 ▲마포구 595명 ▲용산구 549명 ▲영등포구 517명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 다음으로는 ▲경기도 5578명 ▲인천 1587명 ▲충남 525명 ▲부산 485명 지역에 외국인 임대인이 많다.

이 같은 외국인 임대인 증가세는 정부의 규제 강화로 주춤할 전망이다. 지난 8월 정부는 외국인이 서울 전역과 경기·인천 일부 지역에서 실거주 목적이 아닌 경우 부동산을 매입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외국인 부동산 거래 허가제’를 시행했다. 이에 수도권에서 집합건물을 매입한 외국인은 8월 1051명에서 ▲9월 976명 ▲10월 652명 ▲11월 611명으로 지속 감소했다.

제작=MMM

정부는 외국인 임대인의 전세보증 사고가 급증하자 지난 2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외국인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않으면 즉시 강제 경매 절차에 들어가는 제도다. HUG에 따르면 외국인 임대인의 전세보증 사고는 2021년 3건(5억원)에서 2023년 23건(53억원)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미반환하는 악성 임대인을 제재하기 위한 출국금지 법안도 발의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주택도시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며 상습 채무불이행자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번 개정안은 고액 보증금 미반환 임대인이 재산을 해외로 은닉하거나 출국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현재 정부는 보증금 채무를 상습적으로 갚지 않은 임대인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HUG가 세입자 대신 전세금을 상환한 뒤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한 금액은 전체의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 4년간 외국인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103건 243억원 규모에 달했으며 이 중 160억원은 HUG가 대신 지급했다. 전 의원은 “고액·상습 보증금 미반환 임대인에 대한 출국금지 근거를 마련해 채권 회수율을 높이고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의 최소 3분의 1을 국가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대표 발의했다. 피해자가 보증금의 일부만 회복한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최소 보장 선택제’ 도입이 주요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