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주가가 급락했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충격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자금 조달 부담이 시장 우려보다 크지 않고 SK실트론의 안정적 수익 구조가 두산의 포트폴리오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 17일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인수 대상은 SK가 직접 보유한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묶인 19.6%를 포함한 약 70.6%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로 12인치(300mm)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두산 주가는 공시 직후 8.22% 하락한 77만원으로 마감했고, 19일 오전 11시 34분 기준으로는 74만6000원으로 전일 대비 3.12% 하락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인수 자금 조달 부담이 주가 하락의 직접적 원인으로 분석됐다.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4조~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두산의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2171억원에 불과해 유상증자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현금이 SK실트론 인수에 사용된다면 두산전자(CCL) 업황의 구조적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투자해온 주주들에게 실망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향 수요 확대에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온 두산전자가 최근 CCL 증설 기대를 키워온 만큼 인수 소식이 투자 논리와 괴리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룹 내 반도체 계열사인 두산테스나와 두산전자 간 사업 시너지가 단기간에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중장기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메리츠증권은 SK실트론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두산의 포트폴리오 질적 수준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 기준 SK실트론의 자본총계는 2조2000억원이며, 해외 동종업체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1.37배를 적용할 경우 지분 가치는 약 3조원으로 추정된다. 양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두산의 기업가치가 약 6000억원가량 추가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주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자금 조달 부담은 시장 우려보다 현저히 적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5조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반영하더라도 SK실트론이 보유한 순차입금 2조4611억원을 제외하면 두산이 확보해야 할 추가 자금은 1조원 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상증자나 EB 발행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SK실트론의 최근 6년 평균 EBITDA가 6715억원에 달해 인수 이후에도 두산의 재무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급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두산 전자BG는 이미 진행 중인 투자를 통해 내년 4분기부터 하이엔드 CCL 생산 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서버 ODM 업체들의 GB200·GB300 랙 서버 출하 증가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산의 SK실트론 인수는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룹의 반도체 및 첨단소재 경쟁력 강화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SK실트론의 안정적 수익 기반과 두산 전자BG의 성장 모멘텀 결합 여부가 향후 시장 평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인수 조건 협상이 구체화되는 시점이 주가 반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