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MT가 개발한 LPDDR5X.(사진=CXMT 홈페이지)
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두 회사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2026’에서 각각 차세대 D램 기술을 공개하며 새로운 메모리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이후 시장 점유율 경쟁과 조직 개편이 연이어 진행되면서 D램 산업이 다시 격동기에 접어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스페이스쉐어 서울역 센터에서 열린 ISSCC 2026 프레스 컨퍼런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그래픽과 모바일용으로 설계된 GDDR7(48Gb/s 24Gb) 과 LPDDR6(14.4Gb/s) 를 공개했다.
GDDR7은 GPU와 AI 엣지 추론, 게이밍 등 고대역폭 환경을 겨냥한 제품으로 인터페이스와 내부 회로를 개선해 성능을 높였다. LPDDR6는 기존 LPDDR5(9.6Gb/s) 대비 대역폭을 크게 확장하며 생성형 AI 탑재 스마트폰과 AI PC에 적합한 차세대 모바일 D램으로 평가된다.
같은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36GB 용량과 3.3TB/s 대역폭을 구현한 HBM4를 처음 공개했다. HBM4는 1c D램 공정 기반의 TSV(실리콘 관통 전극) 구조를 고도화해 신호 지연을 최소화했으며 차세대 AI 가속기가 요구하는 초고대역폭과 저전력 성능을 동시에 실현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으로 AI 학습과 추론 시스템의 병목 현상을 줄이고 GPU 및 AI ASIC 업체의 수요를 충족시킬 계획이다.
ISSCC에서의 기술 공개 직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전 세계 D램 매출이 414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30.9% 성장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137억5000만달러 매출로 3분기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했으나 점유율은 33.2%로 소폭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135억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점유율 32.6%로 바짝 뒤쫓았다. 반면 마이크론은 106억5000만달러 매출로 25.7% 점유율을 확보하며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에도 D램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범용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45~50%, HBM을 포함한 전체 D램 가격은 50~55% 상승할 전망이다. 클라우드서비스업체(CSP)와 AI 서버 제조사들이 대규모로 메모리를 확보하면서 공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HBM개발팀을 해체하고 D램개발실 산하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7월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취임한 이후 신설됐던 HBM개발팀이 1년 만에 설계팀으로 통합된 것이다. 손영수 부사장이 설계팀장으로 선임됐으며 HBM4와 HBM4E 등 차세대 제품 개발은 계속 이어진다.
이번 조직개편은 삼성전자가 HBM 기술 경쟁력 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 AMD, 오픈AI, 브로드컴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HBM3E에서의 실기를 만회하고 근본적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2026년 글로벌 HBM 시장에서 3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