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전세난에 휘말리고 있다. 매물 부족과 정부의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전세대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9% 상승하며 전주 0.07% 대비 오름폭을 키웠다. 올해 2월 첫째 주 이후 3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보합세를 보였던 시기를 제외하면 2023년 5월 넷째 주부터 꾸준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 0.26%, 서초구 0.25%, 강동구 0.16%, 마포구 0.14%, 광진구 0.13%, 양천구 0.13%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물 부족 영향으로 역세권과 정주 여건이 좋은 단지를 중심으로 계약이 체결되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 수급 불균형도 뚜렷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수급지수는 151.98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0월 162.25 이후 3년 10개월 만에 150선을 돌파한 것이다.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선 100을 초과하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1억~2억원 올려도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보증금을 그대로 두는 집주인들도 반전세로 돌려 월세를 추가로 받거나 아예 월세로만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입주 물량 급감도 전세난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0만323가구로 상반기 14만537가구 대비 29%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16만3977가구와 비교하면 39%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연간 입주 물량 32만5367가구와 비교해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6·27 대출 규제가 전세 매물 축소를 부추기고 있다. 소유권 이전을 조건으로 전세자금대출이 금지됐으며 전세금 반환을 위한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신규 입주 아파트에서 전세 매물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실제 전세 물량은 줄고 월세 물량은 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3832개로 6·27 대출 규제 직전 2만4855개 대비 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월세 물량은 1만8796건에서 1만9480건으로 3.6% 늘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전세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겹치고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며 "내년도 수도권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20% 줄어들 것으로 보여 전세 수급 불균형은 더욱 커지고 전셋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