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이 금융감독원 부국장 출신 신분으로 협회에 '낙하산' 착륙한 지 14년. 는 이제 업계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며 전례 없는 '셀프 연임' 시스템을 구축했다. 반대표가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표를 더해 가부동수를 만든 뒤, 의장 자격으로 연임안을 통과시키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대부업계가 존폐 기로에 선 위기 상황에서도 협회비 인상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18,000개였던 대부업체는 2023년 7,500개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주요 대형 업체들이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협회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협회비를 연 6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대미문의 '트리플 셀프' 연임 강행

2021년 3월, 한국대부금융협회 이사회에서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임승보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싼 표결에서 반대 5표, 찬성 5표로 가부동수가 나오자, 임 회장이 의장 자격으로 연임안을 가결시킨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 전체가 임 회장의 '셀프 플레이'였다는 점이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임 회장은 회장 후보 추천 절차에서 다른 후보 없이 혼자 이름을 올렸고(셀프 추천), 이사회 표결에서 자신에게 찬성표를 던졌으며(셀프 의결), 가부동수 상황에서 의장 권한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셀프 가결).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트리플 셀프'라며 조롱하고 있다.

"회장이 자기 자신을 추천하고, 자기에게 표를 던지고, 자기가 결정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가 막혔다"고 한 협회 이사는 말했다. "이런 식으로 연임이 가능하다면 영구집권도 가능하다는 뜻 아닌가."

코로나 핑계로 백지위임장 500건 확보

정기총회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협회는 코로나19 상황을 핑계로 회원사들에게 구체적인 안건 설명 없이 백지위임장을 요구했고, 약 500건의 위임장을 확보했다. 이는 전체 회원사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 대부업체 대표는 "협회에서 '코로나 때문에 총회 참석이 어려우니 위임장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연임안 통과에 활용됐더라"며 "회원사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찬성표로 활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위기 속 방만운영 지속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업계 전반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협회의 방만한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협회는 매년 고비용의 해외 임원 워크숍을 진행하며 임원 1명당 600만원 가량을 지출했다. 또한 1억원 상당의 제네시스 G90를 구입하고 풋레스트까지 재설치하는 등 과도한 예산 집행을 이어왔다.

협회 내부 관계자는 "회원사들이 고금리와 경기 악화로 줄도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만 호화로운 운영을 하고 있다"며 "특히 대부금융협회 회장이 온 업계를 호령하듯 행동하는 모습이 가관"이라고 전했다.

노조 탄압과 체불임금 논란

협회의 민주적 운영 부재는 노사관계에서도 드러났다. 2021년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협회는 조합원 가입범위를 문제 삼으며 노조 인정을 거부했고, 537만원의 체불임금 문제로 70일 이상 전면파업 사태가 벌어졌다. 더 황당한 것은 537만원 때문에 2900만원의 대형 법무법인 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537만원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900만원을 법무법인에 지급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것이 바로 협회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금감원 제재에도 불구하고 '아무렴 어때' 태도

금융감독원은 협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임승보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 중징계를 의결했다. 또한 경영유의사항 3건, 개선사항 4건을 통보했다. 특히 협회가 1년 넘게 금감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불응한 것도 문제가 됐다.

그러나 대부금융협회 회장은 이러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협회를 장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를 받고도 태도 변화가 전혀 없다"며 "오히려 더 강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협회비 인상, 타이밍과 명분 모두 의문

이런 상황에서 협회가 협회비를 두 배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협회는 "주요 회원사 이탈로 인한 재정 악화"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협회부터 살림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다.

특히 협회는 2025년 7월부터 월회비를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한 중소 대부업체 대표는 "우리도 살기 어려운데 협회비까지 두 배로 늘리면 어떻게 버티라는 것인가"라며 "협회가 무엇을 해줬길래 돈을 더 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800만 서민의 대변자? 실상은 '관피아 왕국'

협회는 스스로를 "800만 서민을 위한 금융기관의 대변자"라고 표현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금융감독원 출신이 14년간 장기집권하며 구축한 '관피아 왕국'에 가깝다는 평가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협회가 법정 협회로서 공공성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사유화됐다"며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협회라면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개혁 없이는 미래 없다

한국대부금융협회의 현 상황은 우리 사회의 '관피아'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공공기관이나 준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가 투입되어 장기집권하며 조직을 사유화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업계 위기 상황에서도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협회는 진정한 업계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하지만, 오히려 회원사들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며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하고 있다.

협회의 근본적 개혁 없이는 대부업계의 미래도, 800만 서민의 금융접근성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투명한 회장 선출 절차 도입,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확립, 그리고 무엇보다 현 경영진의 전면 교체가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협회는 영원히 '관피아의 성역'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