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근로자가 자녀를 둔 가구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양육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세제 혜택이 대폭 확대됐지만 정작 근로소득세 체계는 바뀌지 않아 독신가구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8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조세격차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평균소득을 받는 독신가구의 근로자순평균세율은 16.3%였다. 이는 같은 조건의 2자녀 홑벌이 가구보다 12.4%포인트 높은 수치다. 두 가구가 동일한 소득을 벌더라도 독신가구가 훨씬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 10년간 세금 줄어든 2자녀 가구, 독신은 계속 증가
근로자순평균세율은 개인이 실제로 손에 쥐는 임금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근로자가 납부한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에서 현금성 혜택을 뺀 순수 부담을 반영한다. 2023년 기준 2자녀 가구의 세율은 3.9%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총급여의 96.1%를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격차가 최근 10년 사이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2015년 당시 독신가구의 세율은 14%였고 2자녀 가구는 11.5%였다. 불과 2.5%포인트 차이였다. 그러나 2019년 이후 독신가구 세율은 꾸준히 상승했고, 2자녀 가구는 다양한 세제 감면과 현금성 지원 덕분에 빠르게 낮아졌다.
독신가구가 부담을 더 지게 된 배경에는 개편 없는 근로소득세 체계가 있다. 별도의 세제 혜택 없이 임금만 오르면 자동으로 높은 세율 구간에 포함된다. 실제로 총급여 8000만원 초과 근로자는 최근 10년간 6.2%에서 12.1%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표준 기준은 2008년 이후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반면 2자녀 가구는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으로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자녀세액공제는 첫째 25만원, 둘째 30만원, 셋째 40만원까지 올라 2014년 도입 당시보다 10만~20만원 증가했다. 출산·입양공제, 산후조리원 세액공제, 아동수당, 양육수당, 부모급여 등도 지원 대상이다. 올해부터는 기업이 지급한 출산지원금도 전액 비과세된다.
■ 전문가 “사실상 싱글세 부담… 추가 과세는 불필요”
전문가들은 현행 세제 구조가 독신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추가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전문가는 “기혼자는 소득 분산과 다양한 공제를 통해 실질 세율을 낮출 수 있고, 독신자는 별도 혜택 없이 높은 과표에 포함되기 쉬워 자동적으로 세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독신이 싱글세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추가 과세를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