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유튜브 캡처)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들과 기술계 거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무역 상대국에 대한 고율 관세가 ▲미국 서민의 삶 ▲국가 경쟁력 ▲기술 패권까지 전방위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BC와 블룸버그TV 등 주요 매체에 따르면 켄 그리핀 시타델 CEO는 “관세는 미국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는 퇴행적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는 생계를 위해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지갑을 직접 겨눈다”며 “결국 서민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그리핀은 약 65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인 시타델을 이끄는 인물이자 대표적인 공화당 후원자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줄곧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 “서민 지갑 겨눈다”… 기술 주도권 내줄 수도

그리핀은 특히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이 미국 전역에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국민이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의 물가 상승 충격 때문”이라며 “유권자들은 다음 선거에서도 물가를 핵심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건 무역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통제”라며 정책 우선순위 조정을 제안했다.

관세 정책의 파장은 기술 분야로도 이어지고 있다.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과학 연구비 삭감은 미국의 인공지능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며 “이는 두 발에 콘크리트를 묶고 마라톤을 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 “유럽이 중국을 더 안정적인 무역 파트너로 간주할 경우 미국은 기술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 “관세보다 협상”… 탈중국 대책도 필요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도 관세가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크먼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세 자릿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양국 모두 조속히 관세를 10~20% 수준으로 낮출 유인이 크다”며 “180일 간의 관세 중단을 선언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은 미국의 편이며 중국은 빠르게 합의를 원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크먼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미국 기업들의 ‘탈중국’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 프로그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관세 전쟁에서 시간은 미국의 친구이자 중국의 적”이라며 “현명한 협상 전략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100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적이지 못한 시기일 수 있다”고 평가하며 경제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