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로 얽히며 급등했던 종목들이 이슈 소멸과 함께 잇따라 주가 급락을 겪고 있다. 대표 사례로 지목된 삼륭물산과 상지건설은 각각 ‘탈(脫)플라스틱 공약’과 ‘선거 캠프 인연’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수직 상승했다가 하루 만에 반 토막 나는 등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륭물산 주가는 지난달 30일 장 초반 13590원까지 치솟았으나 장 후반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며 7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에만 주가는 고점 대비 44.3% 하락했다. 거래량은 781만주로 급증했고 개인 투자자들은 5억5000만원 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결과적으로 평균 손실률은 -25.4%를 기록했다.
삼륭물산이 주목받은 배경은 지난달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구의 날’에 맞춰 발표한 국가 차원의 탈플라스틱 로드맵 발표였다. 삼륭물산은 종이 음료용기인 카톤팩 제조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자회사 에스알테크노팩은 산소차단 코팅기술(GB-8)을 자체 개발해 친환경 제품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이런 기술적 특성이 부각되면서 해당 발언 직후 삼륭물산은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주가는 2880원에서 10660원으로 270% 급등했다. 하지만 29일 한국거래소의 투자경고 지정과 하루 거래 정지 조치 이후 30일 재개장 직후 반등세를 보이다 급락세로 돌아섰다.
상지건설도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으로 극적인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달 2일부터 17일까지 총 10거래일 동안 상한가를 이어가며 주가 상승률이 무려 1271.2%에 달했다. 별다른 호재 없이 ‘이재명 캠프 참여 이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폭등한 것이다. 지난해 상지건설은 2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자 기업이다.
테마주 60개 중 29개는 적자기업
금융감독원이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60개 종목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9개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적자였다. 특히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기업, 즉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도 28개에 달했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자산 규모도 작고 유통 주식 수가 적어 변동성이 극심한 특징을 가진다. 평균 자산총액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평균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고 평균 영업이익률도 코스피는 1.1%, 코스닥은 0.8%에 그쳤다. 반면 주가는 시장 평균보다 과도하게 높게 형성돼 테마가 꺼질 경우 낙폭도 크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기준 정치 테마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3으로 시장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 가운데 PBR이 3을 넘는 종목도 14개나 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대영포장은 하루 만에 주가가 2배 넘게 치솟았지만 이후 급락해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 “정치 테마주, 투자자 보호 조치 강화”
금감원은 정치 테마주에 투기 자금이 몰리며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뒤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정치 테마주의 일일 주가 등락률은 -6.5%에서 18.1%까지 매우 넓게 나타났다. 일간 변동성 기준 등락률 표준편차는 3.3%로 코스피의 3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정치 테마주 과열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계엄 이후 가동 중인 특별단속을 확대할 방침이다. 오는 7월 31일까지 집중 제보 기간을 운영하고 제보자 포상금도 최대 3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한 실적 변화 없이 주가가 급등하거나 거래량이 급증한 종목은 테마가 사라지는 순간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