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부유식 도크에서 선박이 건조된 모습 (사진 = 한화오션)

산업은행이 한화오션 지분 매각에 나서자 한화그룹주 전반에 하락세가 나타났다. 최근 방산과 조선업 호조로 상승세를 이어오던 한화 계열사의 주가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시장은 이날 발표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8일 한화오션 보유 지분 일부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 주가는 전일 대비 12.09% 하락한 7만8500원에 마감하며 8만원 선이 무너졌다. 한화오션은 25일 9만100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이틀 연속 하락했다. 같은 날 한화시스템은 7.09%, 한화는 3.76%, 한화엔진은 3.05%,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18%, 한화비전은 1.50% 떨어지며 그룹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한화그룹 상장지수펀드(ETF)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PLUS 한화그룹주는 4.61% 하락한 1만9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ETF는 올해 89.24% 상승하며 2만원선을 돌파했지만 이날 하락으로 다시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번 매각은 산업은행이 BIS 비율 개선을 위해 추진한 조치다. 산업은행은 현재 한화오션 지분 19.5%(5973만8211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그중 1300만주를 1조61억원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8만1650원이다. 산업은행은 남은 15.3% 지분도 시차를 두고 전량 처분할 계획이다.

증권가는 한화오션의 주가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이날 리포트를 낸 8개 증권사 중 3곳은 매수 의견을 유지했으며 4곳은 중립을 제시했다. 나머지 한 곳은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LS와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는 상향했지만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유지했다. 대규모 매물 출회 가능성이라는 오버행 부담 때문이다.

한편 이날 발표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분기 실적이 그룹주 반등의 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1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4조7995억원, 영업이익 5019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59.67%, 1241.98% 증가한 수치다.

실제 실적은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분기 매출을 5조5141억원, 영업이익을 5685억원으로 전망하며 이는 각각 컨센서스 대비 15.2%, 13.2%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각각 33%, 14% 초과할 것이라며 폴란드 천무 납품 확대와 환율 효과, 영업레버리지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매각 여파…“오버행 부담은 있지만”

증권가 일부에서는 이번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미주 중심 상선 및 특수선 사업 확장 기대와 수주 환경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현재 주가 조정은 비중 확대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도 “조선업의 실적 기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한화오션의 거래량은 약 1065만주로 월간 평균 대비 3.85배 수준이었다. 특히 개장 후 한 시간 동안 하루 거래량의 약 40%가 몰리며 단기 투자 심리 불안을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할 경우 한화그룹주 전반의 반등을 유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들어서만 147.78% 상승하며 코스피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