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호조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를 제치며 또 한 번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미중 무역 갈등과 관세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기술력과 실적 면에서 고점을 찍은 SK하이닉스가 정작 주가에선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 순이익 8조182억원을 기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41.9%, 157.8%, 323%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였던 6조5929억원보다 8.8% 높은 수준이며 영업이익률은 42%로 전 분기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BNK투자증권은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장기 수요 둔화를 우려하며 목표 주가를 기존 31만원에서 25만원으로 19.35% 하향 조정했다. 이민희 연구원은 “AI 수요는 견조하지만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실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 “AI 수요는 계속되지만… 관세가 변수

현재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은 고부가가치 메모리 중심의 전략에서 비롯됐다. 특히 AI 서버 확산과 함께 HBM과 DDR5 수요가 급증한 점이 실적 반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1분기는 AI 개발 경쟁과 재고 확충 수요가 맞물리며 시장 회복세가 예상보다 빨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추진 중인 관세 부과 정책이 본격화되면 AI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메모리는 관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고객과 1년 단위 계약을 체결해 공급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관세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현시점에서 명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섣부른 투자 결정보다는 관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경쟁력 측면에서 볼 때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미 업황 둔화를 반영한 상태"라면서도 "향후 HBM 수급이 크게 둔화될 경우 추가적인 하락 여지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