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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정치 테마주’가 다시 불붙고 있다. 일부 종목은 실적과 무관하게 정치인의 고향, 공약, 과거 인연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내부자 매도와 대규모 전환사채 물량 출회로 급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단순한 과열 현상으로 보지 않고 작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특별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정치 테마주 특별단속반’의 인력을 보강해 5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정치 테마주의 과열 조짐이 보이자 구성된 단속반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및 홈플러스 경영진 관련 사안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면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정치 테마주 급등의 진짜 주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정치 테마주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21.81%로 코스피(16.47%)나 코스닥(24.12%)을 크게 상회한다. 이 같은 급등은 특정 정치인의 공약 발표 직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뒤따른 내부자 매도와 메자닌 물량 전환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집중 매매와 작전 가능성이 혼재돼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미스터블루와 핑거스토리 등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웹툰 산업 지원 공약을 발표한 직후 각각 23.45%, 24%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퓨리오사AI 관련 테마주로 알려진 ▲팬스타엔터프라이즈 ▲엑스페릭스는 유사 시점에 9.62%, 8.19% 급락했다. 급등과 급락이 공존하는 이 현상은 정치인의 발언이 실제 정책 반영 여부와는 무관하게 시장에서 과도하게 해석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가가 올랐다고 모두 단속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작전 세력이 개입하거나 기업이 의도적으로 정치 테마주가 되기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행위는 제보를 통해 집중 단속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과거 선거 국면에서 수차례 시세조종 행위를 적발한 전례가 있다.

폭등 뒤에 남는 매도…‘정치 테마’에 영향받는 기업들

일부 기업에서는 실제로 내부자 매도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퓨리오사AI 투자 이력만으로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뒤 주가가 9300원까지 치솟자 임원 8명이 약 20억원씩의 차익을 실현했다.

오리엔트정공의 장재진 대표는 이 후보의 고향인 경북 안동과의 연관성만으로 테마주로 분류되자 주가가 1000원에서 6000원대까지 오르자 총 57억5700만원어치의 주식을 올해 2~3월 사이에 매도했다. 장 대표는 오는 5월 추가 매도를 예고하고 있다.

코나아이의 조정일 대표도 11만5600주를 팔아 약 45억원을 현금화했고, 신동우 감사도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동신건설 대표와 친인척도 총 59억원어치의 지분을 정리했으며 에이텍의 신승영 대표는 과거 성남시 관련 인연으로 테마주로 떠오르자 103억원 규모의 주식 매도를 공시했다.

일부 종목은 급등 이후 메자닌 물량이 대규모로 주식 전환되며 시장에 풀리자 주가가 급락하는 이른바 ‘오버행 리스크’까지 겹쳤다. 이는 공약을 호재로 받아들여 뒤늦게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구조다.

한편, 금감원은 단순한 가격 급등보다 풍문 확산 경로, 수급 주체, 추천 계좌의 선행 거래 여부 등을 종합 분석하고 있다.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보 중심 대응도 강화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클수록 정보 확산 속도도 빨라진다”며 “단기 수익을 노린 매매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