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니체는 “위대한 사상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말했다. 1910년, 미국의 사상가 윌리스 와틀스(Wallace D. Wattles)는 소박하지만 혁명적인 책 '부는 어디서 오는가(The Science of Getting Rich)'를 발표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이 책은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자기계발서와 성공 철학의 원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나 베스트셀러 '시크릿'의 핵심 개념들은 사실상 와틀스의 철학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끌어당김의 법칙과 시크릿의 원형
와틀스는 "우주는 사고력이 있는 물질로 가득 차 있으며, 이 물질이 인간의 생각에 반응한다"는 핵심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의 사고가 현실을 창조한다고 주장하며, "상상하는 것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관점을 통해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개념은 후에 론다 번의 '시크릿'이나 수많은 자기계발 이론의 기반이 되었다.
와틀스의 사상은 단순한 '긍정적 사고'를 넘어선다. 그는 정확한 사고방식과 함께 그에 맞는 행동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금가치보다 더 큰 이용가치를 돌려줘야 한다"
와틀스가 주장한 번영의 핵심 법칙 중 하나는 "당신이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는 모든 거래에서 현금가치보다 더 큰 이용가치를 돌려줌으로써 부가 창출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주는 교훈
이 원칙은 현대 스타트업 생태계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최근 많은 스타트업들이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실질적인 가치 창출 없이 그 자금을 단순 광고비 또는 밀린 빚을 갚는 것으로 소진하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와틀스의 관점에서 보면, 투자금을 단순히 '태우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목적은 그 자금을 활용해 더 큰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사실상 현대 벤처 캐피탈 시스템은 아이들에게 "석유와 라이터"라는 위험한 장난감을 준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충분한 가치 검증 없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받은 스타트업들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채 자금을 소진하고 실패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와틀스의 원칙에 따르면, 진정한 성공은 자금 유치의 규모가 아니라 고객과 사회에 제공하는 가치의 크기에 달려 있다. 이는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과 같은 빠른 성장 전략보다 근본적인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법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경쟁자가 아닌 창조자"
와틀스는 또한 '경쟁 사고방식'을 지양하고 '창조적 사고방식'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그는 "다른 이들과 경쟁하는 대신,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창조하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한국 경제의 위기와 교훈
이 관점은 오늘날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수십 년간 한국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선진국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학습하고 개선하여 경제적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쫓아갈 선도자가 명확하지 않은 지점에 도달했고, 이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와틀스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경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창조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조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교육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어렵다. 한국의 교육은 여전히 '정해진 답'을 찾고 점수로 평가되는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와틀스가 말하는 창조적 사고방식과는 대척점에 있다.
진정한 창조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와틀스의 철학은 우리에게 '창조적 사고'의 힘을 일깨우며, 이는 단순한 경제 성장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100년 전 지혜가 오늘에 주는 메시지
윌리스 와틀스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는 단순한 부의 창출에 관한 책이 아니라, 풍요로운 삶과 사회를 위한 철학적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가르침은 개인의 성공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과 창조적인 사회 구축에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현금가치보다 더 큰 이용가치를 돌려줘야 한다"와 "경쟁자가 아닌 창조자가 되어라"라는 두 가지 원칙은 개인과 기업, 나아가 국가 경제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지혜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와틀스의 가르침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더 중요해진 측면이 있다.
부의 과학은 단순한 물질적 풍요를 넘어, 창조적 사고와 가치 창출을 통한 의미 있는 풍요를 지향한다. 이것이 바로 와틀스의 책이 세기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여전히 영감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