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세무사


대한민국의 저출산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정작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돌봄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이 미비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 0.72명은 전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육아와 돌봄에 대한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맞벌이 가구의 78%가 “육아비용 부담”을 최대 고민으로 꼽는 현실에서, 특히 돌봄 비용의 세제 혜택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돌봄 비용의 현실과 세제 혜택의 부재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가장 큰 걱정은 ‘돌봄’이다. “누가 내 아이를 돌봐줄 것인가?“라는 질문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모든 가정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특히 맞벌이 부부나 자영업자, 창업자들에게 이 문제는 단순한 고민을 넘어 사업의 존폐와 직결된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가장 많은 지출이 발생하는 부분 역시 ‘도우미 비용’이다. 가정마다 차이는 있지만 학원 등을 포함한 광의의 돌봄 비용은 월평균 250만 원에 달해 가계 지출의 40%를 차지하는 경우도 흔하다.

정작 이처럼 자녀 양육에 필수적인 돌봄 비용은 현행 세법상 ‘필요경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세법은 「소득세법」 제27조에서 사업과 직접 관련된 비용만을 필요경비로 인정하며, 육아 도우미 고용비용은 “가사경비”로 분류되어 세제 지원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사업을 위해 직원을 고용하거나, 업무추진비(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최소한 월 100만 원 이상 경비 처리가 가능한 반면, 맞벌이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가 사업을 위해 아이를 맡기는 비용은 단 한 푼도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입는 모순적 상황이다.

세제 혜택의 국제적 비교와 한국의 현실
2022년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유자녀 가구에 대한 세제 혜택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 2자녀 외벌이가구와 독신가구의 조세격차 차이는 10.2%p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겨우 5.0%p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유자녀 가구에 대한 세제 혜택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육아를 위해 등하원 도우미, 입주 도우미를 고용하는 맞벌이 가정이 상당수지만, 도우미 비용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우미 비용이 월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소득공제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혼부부 10쌍 중 3쌍은 어린 자녀를 키우며 맞벌이를 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선진국의 돌봄 비용 세제 혜택 사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육아와 돌봄 비용에 대한 실질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Child and Dependent Care Tax Credit」을 통해 자녀 돌봄 비용에 대해 상당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독일은 자녀 1인당 연간 상당한 금액의 세액공제와 함께 육아 도우미 고용비용의 일부를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유자녀 가정에 대한 세제 혜택이 매우 관대하다. 프랑스는 N분N승제라는 제도를 통해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세금 부담을 크게 줄여주고 있으며, 맞벌이 부부가 어린 자녀를 위해 돌보미 비용을 지불할 경우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세액공제해주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프랑스의 출산율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제 개편의 필요성과 구체적 방안
돌봄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은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돌봄 인력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효과도 있다. 2018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에서 민간 육아도우미 이용 가구가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육아도우미 이용비용 세제 지원'을 꼽은 것은 이러한 인식의 확산을 보여준다.


돌봄 비용의 경비 인정, 어떻게 할 것인가
돌봄 비용의 경비 인정을 위해서는 몇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사업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돌봄 비용 세액공제’ 제도를 신설하여 일정 한도 내에서 돌봄 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 둘째, 사업자의 경우 자녀 돌봄을 위한 도우미 비용을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월간 한도를 설정하고 엄격한 증빙 요건을 부과하더라도, 제도 안에서 투명하게 경비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세제는 국가의 의지를 보여주는 도구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등하원 도우미 비용의 소득공제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으며, 이를 위한 법안도 발의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공약은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국회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의지를 세제 개편을 통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세제는 단순히 세금을 거두는 도구가 아니라, 국가가 어떤 가치와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접대비는 사업을 위한 필요경비로 인정하면서, 일하는 부모의 돌봄 비용은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존중받고 지원받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돌봄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는 단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는 정의로운 세제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돌봄은 사치가 아닌 필수다. 맞벌이 부모와 자영업자, 창업자들에게 돌봄 비용은 일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 경비이며, 이를 세제상으로도 인정해야 한다. 월간 한도와 엄격한 증빙 절차를 마련하더라도, 돌봄 비용을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세제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육아와 돌봄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자, 일하는 부모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세제의 기본이다. 정부와 국회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세제 개편에 시급히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