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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구리와 은의 동반 랠리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구리 가격은 공급난 속에 역사적 신고가를 기록했고 은은 산업 수요와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세가 단기 투기가 아닌 구조적인 산업 변화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1일 블룸버그와 CNBC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1만1233.6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시기 은 현물가는 온스당 56.5달러까지 오르며 11월 한 달간 16% 상승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71%로 같은 기간 금(54%)을 크게 웃돌았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리 가격 급등의 핵심 원인은 공급 쇼크”라며 “코브레 파나마 광산 폐쇄와 그라스버그 광산 사고가 겹쳐 2026년 공급 전망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물 제련수수료(TC)가 -50달러까지 떨어진 것은 공급자 우위 시장을 의미한다”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구리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구축 등 ‘비전통 수요’가 가격 하단을 지탱하고 있다. 1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시 구리 가격이 10% 올라도 총투자비 상승분은 0.27%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은 시장 역시 공급난과 산업 수요가 결합하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CNBC는 “은은 귀금속이자 산업용 금속으로 전기차·AI 컴퓨터 부품·이차전지·태양광 패널 등 첨단 산업 전반에 쓰인다”고 전했다. 현재 전기차 한 대당 25~50그램의 은이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폴 심스 인베스코 원자재 총괄은 “은의 출하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항공 운송이 필요할 정도로 공급이 빠듯하다”며 “은 가격은 장기적으로도 고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은은 화석연료 중심에서 전기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되는 산업 구조 속에서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 가격의 급등은 인도 시장의 수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인도는 매년 약 4000t의 은을 소비하며 이 중 80%를 영국·아랍에미리트(UAE)·중국 등에서 수입한다. 지난달 인도 내 은 가격은 연초 대비 85%나 급등했다.

이와 관련해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은은 안전자산인 동시에 산업의 비타민 역할을 한다”며 “AI 중심 글로벌 투자가 견조함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가 하락과 구리·은 가격 상승의 디커플링 현상은 제조업 비용을 낮추고 산업투자 확대를 이끄는 ‘골디락스’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미국의 통상정책은 잠재적 변수로 꼽힌다. 미국은 지난 11월 6일 구리를 ‘핵심 광물’로 지정하며 관세 부과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미 내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들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장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장벽은 자국 내 구리 밸류체인의 재평가를 촉진할 것”이라며 LS와 풍산, 타세코 마인스를 수혜 기업으로 언급했다.

한편, 박 연구원은 “비트코인과 빅테크 CDS 지표들이 안정을 찾고 있어 원자재 랠리를 뒷받침할 유동성 환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