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유튜브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정책을 두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상대로 기소 카드를 꺼내들자 금리 인하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고, 이에 따라 시장은 실물자산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국제 금·은값은 급등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4640.26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3월 인도분 은 선물 가격도 온스당 86.30달러로 최고치를 새로 썼다. 파월 의장의 기소 가능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시장 불안을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 청사 개보수 관련 의회 증언을 문제 삼으며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를 개시한 것이 발단이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해 6월 의회 증언과 관련해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 고발 위협은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지 않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금리를 설정한 결과”라며 “이것은 구실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성명에 대해 “소환장 발부 사실을 몰랐다”면서도 “파월은 연준 운영에도 건물 관리에도 능숙하지 않다”고 조롱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단순한 갈등이 아닌 금리 방향 전환의 신호로 해석했다.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금·은을 비롯한 실물자산이 반응한 것이다.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금리 인하 기대감은 금융시장의 주된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내 일부 투자기관은 이번 사태로 연준이 조기에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 국제 금값은 급등했고 뉴욕증시는 급락한 바 있다.
이에 법무부는 “납세자 자금 남용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는 팸 본디 장관의 지시를 확인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 측은 이번 수사가 “연준의 독립적 통화정책을 훼손하려는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내 ‘금리 1%’를 주장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사가 금리 인하 압박 수단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공화당 내에서도 파월 의장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이 법적 사안이 해결되기 전까지 연준 인사 인준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고, 케빈 크레이머 의원도 “파월 의장은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사안이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월 의장은 “공직은 때로 위협에 굴하지 않는 용기를 요구한다”며 “국민을 위한 봉사를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의장 교체와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측근 인사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배치하고 있다. 현재 7명의 연준 이사 중 3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으며, 그는 비둘기파 성향의 인사를 추가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 간 대립을 넘어 미국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금융시장 안정성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은 정치 리스크 속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이며 금·은·원자재 등 실물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향후 연준의 대응이 미 달러 가치와 글로벌 유동성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