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LG에너지솔루션에서 지난해 매출액(25조6200억원)의 절반이 넘는 13조5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 취소됐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면서 글로벌 전동화 흐름이 둔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공급 계약이 잇달아 취소되는 등 업계 전반이 긴장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계약 해지가 재무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업계와 증권사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들어 지난해 매출액(25조6200억원)의 절반이 넘는 13조5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잃었다. 지난 17일에는 미국 포드가 9조6000억원 규모 계약을 해지했고 26일에는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가 3조90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취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계약 해지로 인한 투자 손실이나 추가 비용 발생은 없다”며 “전용 설비 투자나 맞춤형 연구개발(R&D)이 이뤄지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는 추세 속에서 중장기 수주 환경이 불안정해졌다고 우려한다.

포드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철회하면서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FBPS도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로 배터리팩 사업에서 철수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미국과 EU 모두 보조금 지원 축소 기조로 돌아서면서 전기차 수요 둔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10월부터 급감했다. 지난 8월과 9월 각각 14만대를 기록했던 판매량은 10월 6만9000대, 11월 6만5000대로 줄었다. 포드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와 폴크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어 시장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배터리 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성장세는 제한적이다. 미국의 올해 ESS 신규 발전 용량은 17GW로 지난해보다 50.4% 증가할 전망이나 내년에는 20.4GW로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투자증권 최문선 연구원은 “ESS 배터리 셀 수요 증가율이 낮아질 수 있다”며 “전기차 부진을 ESS로 완전히 만회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안타증권은 FBPS 계약 해지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충격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대형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용 배터리를 대상으로 한 ‘신시장 팀’ 주도의 과제였으며, 공용화 라인 활용을 통한 생산 효율 제고가 목적이었다. 이안나 연구원은 “계약 해지에도 라인 가동이 중단되거나 유휴 설비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계약 체결 후 발생한 누적 매출은 1000억원대로 전체 계약액의 약 3%에 불과했다. 따라서 실적 가이던스 하향 조정이나 자산 손상 처리 등의 우려도 낮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리비안, 벤츠, 포드 등과 진행 중인 주요 수주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연말 기준으로 추가 악재성 공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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