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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금·은·달러 등 이른바 ‘안전자산’에 대거 자금을 쏟아부었다.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달러 예금 잔액도 4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4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6779억7400만원에 달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로 지난해 연간 판매액(1654억4200만원)의 4배를 넘는 수준이다. 실버바 역시 품귀 현상을 빚었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실버바 판매액은 306억8000만원으로 전년(7억9900만원)의 38배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금통장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4일 기준 예치 잔액은 1조2979억원, 계좌 수는 18만7859개로 모두 출시 이후 최고 기록이다. 달러 예금 또한 127억3000만달러로 집계돼 지난해 말보다 9억1700만달러 증가했다. 지난 24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서울 강남의 한 은행 지점에서는 100달러 지폐가 동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에 해외에서 금을 직접 구매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인천공항본부세관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까지 해외 직구를 통해 수입된 금·은 세공품은 1086건(893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건수는 202%, 금액은 1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투자용 금화·은화는 4084건(2801만달러)으로 전년보다 건수는 90%, 금액은 572% 늘었다.
국제 시세 급등으로 국내 금값이 국제가보다 15~20% 비싸게 형성되며 이른바 ‘금치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그러나 세관은 무분별한 해외 구매에 주의를 당부했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은 “투자용으로 구입한 골드바와 실버바는 금·은 세공품으로 분류돼 8%의 관세와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며 “이 세금이 국내 거래 프리미엄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캐나다 메이플 은화나 미국 이글 은화 등 각국 정부 발행 금·은화는 관세율이 0%지만 부가세 10%는 납부해야 한다. 박헌 인천공항본부세관장은 “연말연시를 맞아 선물용과 투자용 귀금속 직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물품별 세율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점 구간에서의 무리한 매수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달러·금·은 가격 강세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안전자산 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가격이 높을수록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제한적으로 보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