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 발언 이후 급락하며 1450원대로 내려앉았다. 환율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불안한 환율 흐름과 고물가 영향이 소비심리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오후 12시4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8.50원 내린 1463.50원을 기록했다. 장 초반 1484.9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위협했으나 당국의 구두개입 메시지가 전해지자 낙폭을 키우며 한때 1458.6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앞서 이날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개장 직후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외환시장에 강력한 경고로 작용하면서 달러 매도가 확대됐다.
환율은 전날까지 이틀 연속 1480원을 넘어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말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가 몰린 데다 매도 물량이 부족해 상승세가 이어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선물환 포지션 제도 조정,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부담 완화, 거주자 외화대출 확대, 국민연금 환헤지 프레임워크 검토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7대 주요 기업과 긴급 환율 간담회를 열었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연말 환율 종가 관리를 위해 환헤지를 통한 달러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된 점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분기 GDP 잠정치가 전기 대비 연율 4.3%로 시장 예상(3.3%)을 크게 웃돌면서 달러 인덱스는 0.05% 하락한 97.903을 기록했다. 엔화 역시 일본 당국의 개입으로 강세로 전환돼 엔·달러 환율은 156.23엔으로 마감됐다.
한편 환율 급등세는 국내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전월(112.4) 대비 2.5포인트 하락했다. 비상계엄이 시행됐던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세부 지수 가운데 현재경기판단은 7포인트 하락한 89를 향후경기전망은 6포인트 내린 96을 기록했다. 이혜영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환율 상승 우려가 소비자 심리에 직접 반영됐다”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 등 생활물가 부담도 체감경기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1로 11월보다 2포인트 상승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 상승 기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수준전망은 102로 4포인트 올랐으며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