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공개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소비자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에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가운데 쿠팡이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자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 유출 사태 이후 온라인에서는 비정상적인 로그인 시도와 해외 결제 승인 알림이 이어졌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사용하지 않은 기기로 쿠팡 계정에 로그인 기록이 확인됐다”고 밝혔고 로그인 지역이 필리핀 등 해외로 표시된 사례도 보고됐다. 쿠팡은 로그인 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알 수 없는 로그인’ 시도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언노운 로그인 기록이 남은 경우를 신속히 파악해 고객들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쿠팡 계정에 신용카드 등 결제 수단이 연동돼 있어 불안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해외 결제 승인 시도가 여러 건 있었다고 주장했다.
피싱과 스미싱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쿠팡을 사칭한 문자 메시지와 스팸 전화가 급증했고 실제로 의원 비서관이 쿠팡을 사칭한 스미싱 문자를 받은 사례가 국회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또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쿠팡 계정이 5000∼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더불어 쿠팡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움직임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쿠팡 피해자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네이버 카페는 30여 개에 달했으며 회원 수는 총 5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두 곳은 각각 약 14만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쿠팡 이용자 14명이 서울중앙지법에 1인당 20만원씩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부산에서도 1인당 3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예고됐다.
쿠팡 측은 신용카드와 비밀번호 등 결제 관련 정보는 별도로 관리되고 있어 이번 유출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출 규모가 초기에 밝힌 4500건 수준에서 3370만명으로 급증하면서 실제 피해 범위가 더 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처음에는 유출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후 유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불안감이 한층 커졌다. 쿠팡은 해당 정보가 일반 개인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유출 항목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로켓직구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에 등록해둔 개인통관번호가 유출됐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관세청에 통관번호 재발급 요청이 급증하면서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쿠팡은 개인통관번호는 유출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쿠팡은 유출 사고 이후 고객 대상 안내 문자에 링크를 포함해 발송했는데 이에 대해 “스미싱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 대표는 “불가피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일부 링크 사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정부는 쿠팡을 사칭한 전화와 문자 등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내년 2월까지 개인정보 불법 유통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에 2차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고객에게 예방 요령을 안내하라고 요구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스미싱 문자 주의 공지를 내고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 클릭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