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MM)

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이 신혼부부들의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른바 ‘위장 미혼’ 현상을 낳고 있다는 보도가 일본 언론을 통해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한국 신혼부부의 20%가 결혼식 후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결혼이 오히려 재산 형성과 주거 안정에 불이익이 되는 구조가 배경으로 지적됐다.

20일(현지 시각)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혼인신고를 늦춘 신혼부부는 전체의 5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사회가 전통적으로 결혼을 중시했으나 부동산 급등과 가치관 변화가 결혼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특히 결혼 이후 적용되는 각종 금융 규제가 신혼부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미혼자는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일 경우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지만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은 8500만원 이하로 훨씬 까다롭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부부 소득을 합산해 평가하기 때문에 결혼한 부부가 대출 한도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14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평균 소득으로 계산하면 지출을 전혀 하지 않고 15년을 모아야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신문은 “결혼식은 치르되 혼인신고는 미루는 ‘위장 미혼’이 늘고 있고 이 현상이 출산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결혼이 불이익이 돼서는 안 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언론은 이 같은 현상이 과거 중국 부동산 급등기 때 나타났던 ‘위장 이혼’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이혼 직후 일정 기간 동안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해 부동산 투기 억제에 나선 바 있다.

닛케이는 지난달에도 한국의 비혼 출산 증가가 부동산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혼외자 출생아는 1만4000명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이는 사상 처음 5%를 넘어선 수치로 ‘위장 미혼’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신문은 한국과 일본 모두 저출산이 심각하지만 양상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결혼은 하지만 첫째 자녀 이후 출산을 멈추는 비율이 높아 출산율이 급감하고 일본은 결혼 자체를 미루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여성의 평생무자녀율은 28.3%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으며 한국은 12.9%로 일본의 절반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