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이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가운데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가점 만점자마저 탈락하는 이른바 ‘청약 가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의 좌절감과 청약통장 무용론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16일 부동산R114와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7358가구로 지난해(1만149가구)보다 27.5% 줄어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공급 부족 상황 속에서 지난달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96.22대 1에 달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와 용산 인접 단지는 평균 148.19대 1로 외곽 지역 단지의 105.81대 1보다 더 치열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에서는 당첨 가점이 급등했다. 지난 6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대성 베르힐’ 전용 84㎡A타입 청약에서 최저 당첨가점은 71점 평균은 73.23점으로 4인 가족 기준 만점(69점)으로도 탈락자가 나왔다. 올해 2월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 역시 최저 당첨가점이 69점에 달했고 지난해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전용 114㎡가 72점까지 치솟았다.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 청약에서는 수도권에서 올해 첫 가점 만점자(84점)가 등장했다. 해당 단지 전용 74㎡의 당첨가점은 최고 84점 최저 74점을 기록했으며 경쟁률은 433.7대 1에 달했다. 전용 51㎡ 타입은 최저 70점으로 382.7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 결과는 4인 가족 만점자가 모두 탈락했음을 의미한다.
한편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면서 청약 당첨 후 자금 마련의 어려움도 커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1374만5000원으로 국민평형인 전용 84㎡를 분양받으려면 약 11억5458만원이 필요하다. 최대 대출액 6억원을 제외한 5억5500만원가량은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약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청약통장 해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636만6301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11만8922명 감소했다. 특히 20~30대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30대 해지 건수는 2022년 65만좌에서 2023년 76만좌로 늘었고 올해 7월까지 34만좌로 전년 동기 대비 6만좌 증가했다. 20대 역시 2022년 51만좌에서 2023년 82만좌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시장 과열이 단순한 경쟁 문제를 넘어 제도적 보완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한성대 교수는 “서울은 공급 부족과 시세차익 기대 심리가 겹치며 청약 경쟁이 과열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저출산 사회에서 가점 배점 개편은 어렵지만 청약금리 인상과 같은 정책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