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뒤 국민건강보험이 연간 44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까지 보험료를 인상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료비 지출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사회보장 장기 재정추계 통합모형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건강보험 총지출은 296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같은 해 총수입은 251조8000억원에 머물러 약 44조6000억원의 재정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는 보험료율이 꾸준히 인상돼 법적 상한선인 8%에 도달하는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납부율을 전제로 해도 급격히 늘어나는 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결론이다.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고령화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가입자의 17.9%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사용한 진료비는 48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44%에 달했다. 여기에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년층에 진입하면 의료 이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 수요 확대,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 등을 반영했음에도 구조적인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지출 구조 효율화와 의료 공급 체계 혁신 같은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라는 흐름 앞에서 대응이 지연될 경우 그 부담이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사회 전반의 합의 속에 건강보험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