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중인 오라클 CTO 래리 엘리슨(사진=오라클SNS)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로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폭발하며 뉴욕증시에서 33년 만에 하루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공동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회장은 자산 급증으로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르며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전날 미국 주식시장에서 오라클 주가는 전날보다 41.36% 급등한 341.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45.72달러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은 9690억달러를 기록해 1조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게 됐다. 오라클의 주가 상승은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최대 일간 상승률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엘리슨 회장의 순자산은 이날 오전 기준 3930억달러로 급등해 3850억달러로 집계된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1위 자산가에 올랐다. 엘리슨의 자산은 하루 새 1010억달러 불어났다. 다만 포브스는 머스크의 순자산을 4360억달러로 평가하며 여전히 엘리슨보다 많다고 집계했다.
11일 오후 2시 38분 기준 오라클 주가 (사진=네이버 주식)
이번 주가 폭등의 배경에는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부문 실적이 있었다. 오라클은 6~8월 분기 매출 149억2600만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에는 못 미쳤지만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33억4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5% 성장했다.
특히 아직 이행되지 않은 계약 매출을 의미하는 잔여 이행 의무(RPO)가 4550억달러로 359%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 1800억달러를 크게 넘어섰다.
오라클은 엔비디아와 AMD의 GPU를 활용한 대규모 슈퍼 클러스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오픈AI 메타 xAI 등과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픈AI와는 약 3000억달러(415조원) 규모의 컴퓨팅 파워 공급 계약을 맺어 RPO 폭증을 이끌었다. 이 계약은 소프트뱅크와 함께 추진 중인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와도 연계된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는 오라클의 실적을 두고 “역사적인 주문잔고” “AI 인프라 시장의 중대한 확인”이라 평가했다. 도이체방크는 목표주가를 335달러로 상향했고 웰스파고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오라클이 AI 인프라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전세계 AI 수요 급증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확충 과정에서 대량의 GPU가 필요하고 이는 곧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확대로 이어진다.
현재 고성능 HBM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마이크론뿐이다. 따라서 글로벌 AI 확산 속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장 입지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